애플워치를 사용한지 반년이 되어간다. 그간 스마트워치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오늘은 충분한 기간 사용하며 느낀 스마트워치의 역할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전화나 메시지에 대한 알림을 전해주거나 심박수를 체크해주는 일차원적인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 더 생활 속에 깊게 관여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에 대한 얘기다.
사실 애플워치를 비롯한 모든 스마트워치에서 피트니스 기능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 손목에 자리한 심박수와 활동량을 기록하고, 가속도와 고도계를 통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파악한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스트라바라는 앱이나, 러너들이 선호하는 런키퍼 등 스마트워치용 서드파티 앱도 활발하게 등장했다. 곳곳에서 데이터가 난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애플워치 피트니스 기능 컨트롤 타워인 '건강' 앱과 '활동' 앱은 서드파티 앱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해 보여준다.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떤 운동을 했는지 하나의 화면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앱을 사용하더라도 각각을 열어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게다가 이런 통합 시스템은 정보의 활용도를 높인다.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부여는 정말 훌륭한 길잡이 역할 중 하나다. 저녁에 나태하게 늘어져 있을 때, 애플워치에 갑작스런 알람이 울린다. "지금 7분 시간 있어?" 7분만 운동하자는 얘기다. 해당 앱으로 들어가면 바로 7분 짜리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어젯밤에 얼마나 잤는지,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좋은 하루 보내고 있는지, 주말이라 이렇게 안 움직이는건지 주기적으로 대화를 걸어오는 앱도 있다.
이따금 손목에 진동이 울려 쳐다보면, "점심은 먹었어?"라는 뉘앙스의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마치 내 건강 트레이너가 된 것처럼 챙기고, 보채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심지어 오늘은 평소보다 활동적인 하루를 보냈다며 칭찬을 해줄 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상한 일이다. 이 작은 기기가 마치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다. 간단한 터치로 하루 물 섭취량을 체크할 수 있는 앱도 있다. 내가 권장량의 100%를 채울 때까지 미묘한 압박을 느끼게 하는 앱이다.
무엇보다 소개하고 싶은 기능은 스마트워치가 내게 짧은 여유와 마인드 컨트롤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건 스마트폰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손목에 착 감겨서 언제 어느 때든 함께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법이다. 3분간 명상이나 호흡법을 제공하는 앱이 있는데, 방법도 단순하다. 그냥 화면에 시키는대로 3분간 침착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된다. 3분이 지나면 마음이 가라앉아 있다. 극히 스트레스가 많을 때 화장실에 앉아 이 앱을 보곤 한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를 더 바쁘게 살도록 재촉하는 용도라고 생각해왔다. 편리함을 무기로 말이다. 그런데 이젠 개개인의 삶 속에 들어와 크게 순간 순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 한잔을 더 마시며, 크게 호흡할 시간을 주는 동반자로서 방향을 잡았다. 물론 사용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만들어 낸 이 작은 기기가 이토록 자상해졌다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한번 마음을 열어보자.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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