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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우등생 된 미얀마, 아세안 경제통합 문제아서 풍운아로

입력
2015.1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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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얀마 북부 만달레이 교외 연기를 내뿜는 벽돌공장 앞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14일 미얀마 북부 만달레이 교외 연기를 내뿜는 벽돌공장 앞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는 오랜 기간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정치 경제시스템에 머물며 이 지역 경제통합체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 중 문제아였다. 그러나 11월 8일 총선을 통해 순조로운 정권교체가 진행되면서 일약 민주화 우등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인도-아세안의 3대 신흥경제권의 교차로에 위치한 입지와 풍부한 부존자원 등 미얀마의 잠재력이 새삼 주변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2012년 미얀마가 경제개방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진출을 검토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급속한 체제로 변화로 인한 정치 사회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다.

지난 10일 아웅산 수치여사의 경제참모들은 한국대사관과 면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한타민 민주주의민족동맹(NLDㆍ차기 집권당) 경제위원회 의장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현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부패가 없는 투명한 정책집행과 환경을 생각하는 경제개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정권교체로 급격한 경제정책 변화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또 현 정부에서 투자유치를 총괄하는 미얀마투자위원회(MIC) 아웅나잉우 사무총장 역시 한국기업들과의 면담에서 5가지 이유를 들며 미얀마 경제를 신뢰해도 된다고 당부했다. 그 다섯 가지 근거란 ▦새 정부 역시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이며 무역과 투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음 ▦신 외투법 제정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가 이미 정비됨 ▦한국을 비롯 여러 국가들과 양자간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었거나 추진 중 ▦띨라와, 다웨이, 짜욱퓨에 대규모 경제자유구역(SEZ) 개발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할 가능성 높음 등이다.

선거 이후 변하는 것들

새 정부가 군부 기득권 계층이나 클로니(Crony)라 불리는 재벌들의 개혁 등을 통해 급진적인 경제체제 개편에 나서거나, 기존 투자자들의 기득권을 부인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인해 현 정부가 추진해 오던 각종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선 미얀마 정부조직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얀마에는 36명에 달하는 장관이 있는데 NLD는 성과와 효율이 떨어지는 부처에 대한 구조조정을 약속했다. 의사결정권이 장관에 집중돼 있는 미얀마 관료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개편과정에서 진행중인 사업의 경우 승인 절차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의사결정구조 간소화가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정부부처의 공기업화 및 공기업의 민영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여 관련한 사업기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는 특히 보건 및 교육관련 예산투입을 늘려 나가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간 한국 병원들의 진출을 가로막던 제도상 장애가 줄어들고 양국간 의료분야 협력 증대가 기대된다.

기존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경제개혁 조치들도 새 정부에서 빛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의 자문을 통해 새로운 외국인투자법규가 발효를 앞두고 있고 노동법, 중소기업 육성법, 자동차법 등도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투자법은 지역별로 투자인센티브를 차별화하고 외국인투자법인의 수출용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유예를 현행 3년에서 무제한으로 변경하는 등 상당한 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선진기술 지원정책도 강화될 예정이다.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

미얀마 투자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이다. 미얀마의 민주화로 향후 미국-미얀마간 경제교류 확대를 위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1989년 중단한 일반특혜관세(GSP)를 미얀마에 다시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GSP가 제공되면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혜택이 적용돼 미얀마에 진출한 기업들의 수출이 증가하고 신규 투자유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다 더 중요한 미국의 선물은 경제제재의 완화이다. 미얀마가 경제개방을 표방한 2012년 미국은 재무부의 일반면허(General License)를 통해 대부분의 무역 및 금융거래를 허용했다. 현재는 미얀마산 옥과 루비에 대한 수입금지, 특별지정 제재대상(SDN:Special Designated Nationals) 및 이들이 50% 이상 지분을 갖은 기업과의 거래금지, 군부 및 군이 50% 이상 소유권을 보유한 기관에 대한 금융,서비스 수출 금지 및 신규투자 금지 등의 제재만 남아있다. 그런데 미얀마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SDN에 포함되어 있어 제재는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일 미국정부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자국기업들의 무역거래를 위해 미얀마의 모든 항구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전체 물류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DN 대상 기업 운영 항구를 통한 대미 수출이 가능해지게 됐다. SDN 기업들에 대한 추가적인 제제완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미얀마 경제계는 이번 조치를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의 신호탄으로 판단하고 환영하고 있다.

친인권, 친환경 정책으로 투자비용 상승 가능성

2012년 미얀마 경제개방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외국인 투자는 중국 중심의 자원과 전력분야의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은 현재도 전체 외국인 누적투자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분야별로는 석유가스와 전력 분야가 각각 34%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과 광산개발 과정에서의 환경파괴와 피해주민 보호문제가 불거지곤 했다. NL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시 피해주민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해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신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가 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으며 이미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환경영향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미얀마의 저렴한 노동력을 보고 투자한 봉재 기업들도 신정부의 노동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350개의 봉재기업이 있으며 이중 한국계 공장이 80여개로 추산된다. 2014년부터 간헐적으로 노동분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1일부터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인건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저임금은 1일 3,600짜트(약 3,600원)로 아직은 인근국보다 낮은 수준이나 신정부가 친노동자 정책을 강화할 경우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미얀마가 주는 세 가지 기회

미얀마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물건을 팔 기회 ▦물건을 만들 기회 ▦인프라 건설의 기회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소비시장으로서의 미얀마는 미성숙시장이나 선점효과를 위해 퍼스트 무버 전략이 필요하다. 5,300만명 규모의 내수시장은 구매력은 물론 전기, 통신, 금융 등 소비를 위한 기초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중국 태국 인도 등으로부터의 저가품 유입도 위협요인이다. 그러나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 마켓이 형성되고 있고, 무엇보다 선진국 브랜드가 아직 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제품이 중고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2002년 가을동화 상영 이후 한국의 드라마는 미얀마 공중파 채널의 황금시간대를 모두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한류열기가 뜨겁다. 신정부 출범 후 미국 브랜드의 미얀마 진출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일찌감치 주요 쇼핑몰을 선점한 한국 브랜드의 아성을 쉽게 허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산기지로서의 미얀마는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산업인프라로 인해 과소평가 돼왔다. 전기 보급률이 25%에 불과하고 도로와 철도가 낙후돼 장거리 내륙운송도 어렵다. 심해항이 없어 3만톤급 이상의 배들은 싱가폴을 통해 환적해서 오기 때문에 해상물류에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러나 인프라 건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와 미얀마 정부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고 민주정권이 들어서고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띨라와 경제자유구역(SEZ)을 중심으로 스즈키자동차 조립공장 등 봉재 이외의 제조설비가 속속 미얀마에 들어오고 있다. 이런 추세는 미국의 GSP 혜택이나 추가적인 경제제재 완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생산기지로서 미얀마 갖는 약점, 즉 산업 인프라 부족은 고스란히 인프라 건설 기회로 이어진다.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5대 건설 인프라를 중심으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차관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 중국주도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가시화될 경우,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연계되어 중국-미얀마-인도까지 연결하는 물류망에도 막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당초 5억달러에서 증액할 예정이어서 한국기업의 프로젝트 진출과 미얀마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력망, 통신망, 교량건설, 철도차량 교체 등을 차관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 밖에도 순환도로나 항만건설 등의 민자사업도 검토 중에 있다.

미얀마가 풀어야할 3차 방정식

미얀마에 기회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더딘 개방속도로 인해 일이 진척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에 대해 미얀마 대통령 경제고문 아웅툰텟 교수는 미얀마의 국가전략을 PDD로 요약하면서 평화(Peace) 민주화(Democracy, 경제개발(Development)의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고충을 말한다. 소수민족과의 국가통합과제나 민주화를 도외시하고 경제발전에만 매진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제 미얀마는 3가지 국가목표 중 민주화가 급진전되면서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국민들의 자긍심과 기대감을 충족시킬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루어 내야하고 뿌리깊은 소수민족과의 내전도 종식시켜야 한다. 행정경험이 없는 새 정부로서는 복잡한 고등수학이다. 유사한 입장에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미얀마에게 좋은 모델이다. 미얀마의 반가운 변화가 향후 한국과의 교류확대와 기업 진출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안재용 KOTRA 미얀마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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