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았던 오덕수 감독이 13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민단의 역사자료관 설립 때 큰 공헌을 하는 등 일본 동포들의 큰 자랑거리였던 오덕수 감독이 떠나 교포사회가 큰 슬픔에 빠져있다”고 14일 밝혔다. 고별식은 16일 오전 조후(調布)시에서 진행된다. 장의위원장은 재일동포감독 최양일씨가 맡았다.
재일동포 2세로 1941년 아키타(秋田)의 광산마을에서 태어난 오 감독은 와세다(早稻田)대 문학부를 졸업한 뒤 전후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오시마 나가사(大島渚) 감독의 ‘백주의 살인마’촬영 당시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진출했다. 오시마 감독은 군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그에게서 경험을 쌓은 오 감독은 도에이(東映)촬영소를 거쳐 1979년에 ‘OH기획’을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97년에 완성한 ‘전후 재일 50년사ㆍ재일’은 일본영화 팬클럽상, 키네마순보상 등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500여명의 개인과 단체의 성금으로 제작비가 모였고 일본과 한국, 워싱턴 등에서 2년에 걸쳐 촬영됐다. 전후 역사자료의 보고로 알려진 미국 국립공문서관 자료촬영과 해방 직후 재일조선인의 동향에 깊이 관여했던 연합군총사령부(GHQ) 담당관들의 증언 등을 담아냈다.
영화 ‘건국학교’는 해방 직후 일본에 최초로 세워진 민족학교 오사카 건국학교의 일상을 기록했고, 지문날인제도의 철폐를 위한 1980년대 동포사회의 투쟁을 수록한 다큐멘터리 ‘지문날인거부’도 오 감독의 작품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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