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극과 극' 행보다. 오프시즌부터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는 점은 각 구단들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움직임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 겨울을 뜨겁게 보내고 있는 한화·롯데에 비해 넥센·삼성이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을야구 목마른 한화·롯데
한화와 롯데는 모두 가을야구에 목 마른 팀들이다. 한화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7시즌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롯데는 2012년 이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성적'에 대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목표 달성을 위해 모기업은 아낌없는 지원을 베풀고 있다.
한화는 올해 FA 시장에서도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 부었다. 내부 FA인 김태균(4년 84억원)과 조인성(2년 10억원)에 이어 좌완 정우람에게 역대 불펜 투수 FA 최고액인 4년 84억원을 안겼고, 심수창도 4년 13억원에 데려왔다. 한화가 이번 FA에 들인 총액은 191억원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로저스와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총액 190만 달러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겨울 행보다.
롯데는 이전까지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138억원을 썼다. 내부 FA였던 송승준(4년 40억원)과 계약에 성공한 뒤 외부 F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 윤길현과 손승락을 각각 4년 38억원, 4년 60억원 조건에 영입했다. 틈새 공략도 놓치지 않았다. 롯데는 한화로 떠난 심수창의 보상 선수로 박한길을 데려오고, 한화에서 방출된 최영환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며 알찬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자생력 키우는 넥센·삼성
반면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단 두 팀인 넥센과 삼성은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양 팀 모두 전력 출혈이 커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외부 FA 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고 내부 육성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넥센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에이스 밴헤켄(일본 세이부)과 4번 타자 박병호(미국미네소타)가 해외 무대로 떠났고, 유한준(kt)과 손승락(롯데)은 FA로 이적하면서 타선과 마운드에 모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넥센은 2차 드래프트를 제외하고 외부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롯데로 이적한 손승락의 보상으로도 선수 대신 보상금(15억9,000만원)을 택하면서 '확고한' 노선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대신 퓨처스(2군)팀에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퓨처스 팀에만 외국인 코칭 스태프를 4명 영입하는 등 메이저리그식 '팜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으로서는 자생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려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FA 시장의 큰 손으로 분류됐던 삼성도 이제는 달라졌다. 올해 내부 FA였던 이승엽과 2년 36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내야수 박석민(NC)은 붙잡지 않았다. 지난해 윤성환과 4년 80억원, 안지만과 65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는 등 '잡아야 할 선수는 반드시 잡는다'는 이전 움직임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삼성 역시 유망주 육성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BB아크를 설립하는 등 화수분 야구의 기틀을 마련해 내부 육성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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