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정위 상고 기각하고
“서로 다른 기업집단” 완전 남남 판결
박삼구^찬구 형제 계열분리 갈등
내년 창립70년 앞두고 정리
양측 “독립경영 가능해져” 환영
‘금호’ 상표권 분쟁만 남아
그동안 불편한 동거를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법원 결정에 따라 완전히 남남이 됐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제기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상고를 기각하고 두 그룹이 서로 다른 기업집단이므로 분리해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호피앤비화학, 금호개발상사, 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 8개사가 포함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24개사를 거느린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이에 따라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창업주의 삼남인 박삼구 회장과 사남 박찬구 회장이 계열사 분리를 놓고 벌였던 다툼은 상표권 분쟁만 남겨 놓고 정리가 됐다. 그동안 양 그룹은 별도 사옥과 다른 로고를 사용하며 2010년부터 신입사원을 따로 뽑는 등 독립 경영을 해왔으나 공정위에서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는 바람에 공시를 같이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월 공정위를 상대로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인 금호아시아나의 소속사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이번에 기각됐다.
양측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제 법적으로도 완전한 독립경영이 가능해졌다”며 “각각 독자 경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상호협력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내년 금호그룹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두 개로 쪼개져 안타깝지만 새롭게 금호그룹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상표권 분쟁이다. 이 분쟁은 2007년 3월 금호아시아나가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하며 시작됐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라는 상표권을 함께 등록했지만 그룹 내 상표 사용권을 금호산업이 갖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브랜드 사용료를 금호산업에 지불하다가 박삼구, 박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2009년 10월 이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은 2013년 9월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를 상대로 상표권 사용료 미납분 26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금호산업은 박삼구 회장의 아버지 호인 ‘금호’ 상표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상표 사용을 위한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문서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금호산업은 항소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