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해양 감수성’ 함양, 청소년의 도전정신 배움터
올해 2번의 극지전 ‘인기’…내년 ‘대항해 시대’ 기획
104년 전 오늘, 얼어붙은 땅 남극에 인류의 깃발이 처음 꽂혔다. 노르웨이 출신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sdsen)’은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을 정복했다. 극지개척과 대항해시대처럼 탐험의 역사는 바다를 떼놓고 말할 수 없었다. 국립해양박물관 손재학(54) 관장의 지론도 여기에 닿아 있다. 극지의 가치와 탐험의 도전정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국립해양박물관을 세계 최고수준의 해양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마침 ‘한국-노르웨이, 남극과 북극의 만남’ 특별전을 전시 중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아 손 관장을 만나봤다.
-남극관측탐험 30주년 기념전을 포함하면 극지전만 올해 2번째다
“지난달까지 열린 기념전이 극지를 친근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소책자’였다면 이번 특별전은 한국과 노르웨이의 탐험가와 진출 역사, 극지연구 등 극지의 모든 것을 망라해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는 ‘종합정보지’라고 할 수 있다. 특별전에서는 탐험가 난센과 아문센의 이야기, 아문센보다 조금 늦었던 스콧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 또 대중은 잘 모르는 국내 극지탐험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 남극에 처음 진출한 고 이병돈 박사, 과학기지 월동대장을 4차례나 역임한 장순근 박사 등이다. 남극세종기지 대원들과 관람객이 정기적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왜 극지전인가
“극지는 미지의 땅이자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다. 과학적으로는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는 자원의 보고(남극)이자 새로운 물류창구(북극)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 탐험의 역사를 지켜보는 청소년들은 도전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이다. 바다는 도전의식 없이 개척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국립해양박물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새롭고 다양한 기획ㆍ특별전을 마련해 해양문화라고 하면 국립해양박물관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부산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관광객을 흡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립해양박물관의 현황과 특수법인화 이후 변화가 궁금하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올해도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우리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종합해양박물관이다. 해양의 역사, 생물, 체험, 산업, 과학 등 해양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보통 박물관이라면 과거 유물만 전시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연근해 해양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수족관도 보유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집약된 로봇 물고기는 우리 박물관의 명물이다. 지난 4월 특수법인이 된 국립해양박물관에 첫 번째 관장이 됐다. 특수법인은 공법인과 사법인의 중간형태로 공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지닌다. 관람료는 무료(일부 유료)이기 때문에 관람객을 통한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조직 내부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자체역량을 강화,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학술ㆍ연구활동 지원과 해양수산전시관 네트워크도 구성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에 산재한 해양수산분야 전시관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해양수산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협력망이 구축된 셈이다.”
-향후 계획은
“해양문화 확산을 통해 국민들의 해양 감수성을 함양하고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 중이다. 앞서 국립해양박물관은 ‘고대의 항구’, ‘바다밥상’,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전’처럼 해양의 역사 외에도 바다와 관련된 주요한 이슈를 함께 다뤄왔다. 내년에는 ‘대항해시대’라는 기획 전시를 통해 중국의 정화와 유럽의 탐험가 콜럼버스 등 시대를 이끈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1차로 중국 정화 유물을 조사했고, 콜럼버스, 마젤란의 유물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팀이 파견됐다. 이밖에 용과 관련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강과 바다에서 나타나는 용의 기원, 동ㆍ서양의 시각 차이, 문화적 바탕 등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내년에는 극지라는 소재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새롭게 다뤄볼 생각이다.” 정치섭기자 sun@hankokilbo.com
◆손재학 관장은
1986년 부산수산대를 졸업하고 제21회 기술고시(수산)에 합격,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국장, 미합중국대사관 해양수산관, 농림수산식품부 외교안보 연구원 등 해양수산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으로 올해 4월 특수법인이 된 국립해양박물관의 초대 관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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