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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만 기다리던 책, 독자 찾아 나선다

입력
2015.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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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열린책들 강남서 북파티

커피ㆍ맥주 마시며 책 소개와 낭독

저자 강연 대신 독자 중심 행사로

학술전문 출판사 아카넷

토론 웹사이트 ‘필담’ 내달 오픈

저자 강의ㆍ동영상 서비스도 준비

출판 불황이라지만 책은 계속 나온다. 책 읽는 사람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읽는다. 문제는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원하는 정보를 찾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진 시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숙제다. 독자가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책들이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책이 나오기 전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알리고, 나온 뒤 저자 초청 강연 등 행사를 마련해 독자와 만나는 것은 기본이다.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독서 모임, 사이버공간에 멍석을 펴서 관심 있는 독자를 모으는 큰 마당도 나타나고 있다.

열린책들 출판사가 지난 10일 강남의 콜라보서점 북티크에서 연 '오르부아르' 북파티.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와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눴다. 열린책들 제공
열린책들 출판사가 지난 10일 강남의 콜라보서점 북티크에서 연 '오르부아르' 북파티.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와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눴다. 열린책들 제공

출판사 열린책들이 10일 저녁 서울 강남의 북티크에서 연 ‘오르부아르’ 북파티는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며 책을 알아가는 부담 없는 자리였다. 북티크는 책을 중심으로 여러 모임과 행사를 펼치는 복합공간. 40명 가까이 모여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즐겼다. 저자나 번역자가 참석한 건 아니지만, 담당 편집자가 책을 소개하고 읽은 사람들이 책 속 구절을 낭독하며 대화했다. 함께 읽기, 특히 소리 내어 읽고 듣기는 혼자 눈으로만 읽는 것에 비해 더 생생하고 풍성한 경험을 제공한다.

열린책들의 북파티 담당자는 “책과 독자가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는 전에도 했지만, 주로 저자 초청 강연을 하다가 이번엔 독자 중심으로 전환한 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와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를 갖고 열린책들이 지난 달 처음 연 북파티는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모임이었지만, 이번엔 읽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와서 책을 알아가는 기회가 됐다. 열린책들은 이러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출판사를 대표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학술서도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학술 전문 출판사 아카넷은 독자와 저자, 편집자가 책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웹사이트 ‘필담’(www.phildam.net)을 내년 1월 오픈한다. 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매개로 독자들이 집단지성을 창조해 나가는 소통의 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필담의 모바일 앱, 저자 강의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학술 전문 출판사 아카넷의 '대우휴먼사이언스' 총서 1차분 7권. 이 책들로 저자와 독자, 편집자가 소통하는 이야기 마당 ‘필담’(www.phildam.net)이 새해 1월 문을 연다.
학술 전문 출판사 아카넷의 '대우휴먼사이언스' 총서 1차분 7권. 이 책들로 저자와 독자, 편집자가 소통하는 이야기 마당 ‘필담’(www.phildam.net)이 새해 1월 문을 연다.

www.phildam.net

필담은 아카넷이 지난 주 선보인 대우휴먼사이언스 총서로 시작한다. 1차분 7권으로 출발한 이 시리즈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사회로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학술교양’을 표방하고 있다. 교양의 이름으로 깊이를 낮추거나 학술서라 해서 높은 벽을 치지 않고 둘 다 잡는다는 목표 아래 깊이 있는 지식으로 이끄는 입문서를 지향한다. 본격적인 학술서를 내온 아카넷으로서는 모험이다. 종교, 예술, 문학, 과학, 철학, 역사, 사회 등 전 분야를 망라하면서 국내 저술 위주로 구성해 ‘지금, 여기’의 문제를 생각하는 총서로 진행할 계획이다. 1차분은 일본 물리학자 무라야마 히토시의 중성미자 입문서 ‘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만 번역서고, 나머지는 국내 학자들이 썼다.

두껍고 딱딱한 학술서의 인상을 바꾸기 위해 표지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브로마이드 형태로 표지를 덧씌우고, 그 뒷면에 전문가의 추천 글, 저자의 평소 사진과 메시지를 넣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250쪽 안팎의 아담한 책이라 들고 다니면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봐도 불편하지 않겠다.

서점도 책과 독자의 만남에 노력하고 있다. 대형 서점이 홍보 이벤트로 저자 사인회나 강연을 한 지는 오래 됐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은 좀 더 다채로운 독서 모임과 행사로 독자를 불러 모으고 있다. 단순 홍보가 아니라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긴밀한 소통이 거기서 이뤄지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독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연결점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의 위기라는 시대, 책은 그렇게 스스로 길을 내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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