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A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만원, 이른바 ‘반전세’로 계약하고 석 달 후 입주했다. 겨울엔 간혹 수도관 동파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집주인이 고쳐줬고, 주위가 산이어서 공기도 맑았던 이 곳에서 그는 2년을 산 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 했다.
그런데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이 “A씨가 집을 험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수도관 동파와 전등 파손, 벽지 훼손 등의 피해가 발생했으니 원상복구 비용 100만원을 공제하겠다”면서 보증금을 1억9,900만원만 돌려준 것이다. A씨는 “전등은 실수로 부순 게 맞으니 물어주겠으나 나머지 요구는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집주인 태도에 변화는 없었고, 결국 A씨는 “미반환 보증금 100만원 가운데 전등수리비 8만원을 뺀 92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부장 오성우)는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집주인은 9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베란다 격실이 홑창이라 수도관 동파가 잦았던 곳”이라며 “아파트 구조에 따른 동파인 만큼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벽지 훼손 역시 주택에서 일반적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면서 “A씨가 집을 반환할 때 통상 수준을 넘어서는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는 없어, 남은 보증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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