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위성은 지상관측을 위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인공위성으로 1999년 1호부터 지금까지 총 5기가 발사됐다. 현재 3호, 3A호, 5호 등 3기가 운용되고 있는데, 고해상도의 일반영상은 물론 적외선과 레이더를 이용한 영상까지 촬영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위성의 영상을 사용하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그것은 아리랑 1, 2호 위성의 영상을 사용할 때 애를 먹었던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아리랑 1, 2호 위성은 당초 설계 임무기간보다 훨씬 오래 성공적으로 궤도를 비행하며 전 세계에 대한 영상을 보내왔다. 그러나 영상의 품질이 충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 매뉴얼과 같은 기술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주문에서 배포에 이르는 활용 서비스 지원도 미흡했다. 위성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지만 위성에서 보내오는 영상이 당초 기대만큼 활용되지 못해서 투자 대비 효용 논란까지 생겨났다.
여러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위성영상정보의 활용이 미흡했던 주 원인으로 우주기술정책이 그 동안 위성산업의 상류 부문에만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와 위성, 탑재체 등 우주제작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 데 반해 발사된 위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체계나 기술적 기반 구축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20여 년에 걸친 노력으로 지난 3월 발사된 아리랑 3A호 위성 본체의 국산화율은 88.9%에 달한다고 하니 독자적인 위성 개발 및 발사 기술 확보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위성산업은 일반적으로 상류인 우주 분야(발사체, 위성, 탑재체 등)와 하류인 지상 분야(관제, 위성정보 활용ㆍ서비스)로 나눈다. 지상 분야는 우주 분야에 비해 시장가치가 약 10배 정도는 더 크다. 현재 운용되는 3기의 아리랑 위성을 개발ㆍ발사하는데 7,000억원 넘게 투자한 것을 감안할 때 지상 분야에서 그 10배인 7조원 규모의 시장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업 숫자도 전 세계를 기준으로 우주 분야는 총 90개 정도에 불과한 반면 지상 분야는 5,000여개에 이른다. 위성영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가 정보의 잠재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위성영상정보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선진국을 보면 새 위성을 개발할 때 위성정보 활용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지상 프로그램이 몇 년 앞서 우선 작동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우주개발 로드맵 어디에서도 이런 활용을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지상프로그램을 기획해 계획 수립, 이행, 평가, 개선하는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기능이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수년 전부터 위성정보산업의 지상 분야에 대한 가치를 인식해 지난해 ‘제1차 위성정보활용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위성정보 활용 촉진에 나선 것이 다행스럽다. 여기에 포함된 과제 중 하나가 위성정보 활용 전담기구인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설립이다.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항공우주연구원 안에 전담기구가 설립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모태인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정보활용센터의 현재 인력과 예산 규모로 볼 때 통상적인 지원으로는 단기간에 위성 지상관측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 역량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년 간 집중 투자를 통해 센터의 조직과 인력, 예산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위성정보 활용 전문가들의 역량을 동원하여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로 키워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위성정보산업의 우주 분야에 투자해온만큼 앞으로는 지상 분야 투자에도 집중해 지상 분야의 시장가치 창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위성영상정보 산업의 창조경제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ㆍ대한원격탐사학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