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모 부서에선 부서장과 사무관이 서로 투명인간처럼 지낸다. 다른 기관에서 온 부서장과 연기군 출신 사무관은 업무 방식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조차 거의 섞지 않는다. 이 부서장은 급기야 사무관을 배제한 채 실무 직원에게 업무 협의와 지시까지 하고 있다. 이런 부서 분위기 탓에 매일 눈치를 보는 직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출범 3년을 넘긴 세종시 공무원 조직이 ‘따로국밥’처럼 헛돌고 있다. 다양한 기관 출신 공무원들이 저마다 ‘마이 웨이’ 행태를 보여 ‘모래알 조직’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13일 세종시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 1,439명 가운데 중앙부처와 연기군 출신 공무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충남도와 공주시, 청원군 등에서도 전입했다.
다양한 기관과 지자체에서 직원들이 모이다 보니 업무와 조직 문화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사뭇 다르다. 정책 위주 행정에 익숙한 중앙부처ㆍ광역자치단체 직원과 현장행정에 치중한 기초단체 직원 간 업무와 관련한 충돌이나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게 내부의 목소리다.
연고주의와 부서간 이기주의 등으로 조직 구성원 간 불신과 불만이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모 부서에서 연기군 출신 공무원과 중앙부처에서 온 공무원 간에 인사고과 관련 갈등이 빚어지면서 조직이 술렁인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가권익위의 청렴도 평가는 이런 세종시 조직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평가 결과 내부청렴도 부분에서 세종시는 17개 시ㆍ도 중 15위(4등급)에 그쳤다. 세종시는 앞서 2013년 15위, 2014년 13위에 오르는 등 이 부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내부청렴도는 해당 기관 직원 대상들을 대상으로 조직에 대한 인식을 분석, 평가한다. 올해는 1년 이상 무기계약직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동안 세종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당업무 지시 상담실 운영 등 새로운 시책을 더해 열심히 추진했지만 아직 조직 문화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출범 초기의 성장통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 잘난 체 하고, 텃세를 부리는 조직문화가 사그라들지않아 안타깝다”며 “매년 내부청렴도 결과가 최악으로 나오는 걸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자기 일만 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퍼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회식을 한 달 전에 공지했는데도 부서원 중 절반이 빠지는 일이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춘희 시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앞장서서 조직 내부의 배려와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기관에서 전입한 한 공무원은 “직원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휘부에서 출신이 다른 공무원들을 묶어 진행하는 연수 프로그램 등 조직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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