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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술판 행정사무감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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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술판 행정사무감사 파문

입력
2015.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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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술판 행정사무감사 파문

공무원들과 점심식사 중 폭탄주

감사장 술 냄새 진동ㆍ음주소란

“야! ○과장, 이리 와봐”

일부 의원 만취해 반말 고함도

전남 영암군의회 소속 의원들이 영암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군청 고위 간부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뒤 감사장에서 음주소란까지 일으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13일 영암군 등에 따르면 영암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군의회 2층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영암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다가 점심시간 정회를 선언한 뒤 이날 낮 군청이 예약한 장어 전문식당에서 식사대접을 받았다.

당시 식당에 간 의원들은 군의회 전체 의원 8명으로, 이들은 미리 도착해 있던 영암군청 공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김양수 영암군 부군수와 간부 공무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점심식사의 비용은 모두 수십여 만원으로 김 부군수가 자신의 업무카드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수십여 잔이 오갔으며, 일부 의원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했다.

의원들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행정사무감사를 계속 이어갔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면서 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실제 술에 취한 A의원은 감사를 시작하자마자 영암군 집행부의 한 간부에게 “야! ○과장, 이리 와봐”,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라며 반말과 고함을 지르다가 공무원들의 눈총을 받고 감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감사장에 있었던 한 공무원은 “감사장이 술 냄새로 진동했고, 몇몇 의원들은 몸도 가누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위는 감사장이 술렁거리자 정회를 선언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술에 취한 의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면서 정회를 위한 의원 정족수(4명)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위는 감사장을 떠났던 의원들을 40여분 만에 다시 불러와 정족수를 확보한 뒤에야 정회를 선언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김철호 특위위원장은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집행부의 식사 접대에 응하고 폭탄주까지 먹은 건 분명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의원들이 식사 대접을 받은 이후 특위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건마다 거의 원안 그대로 가결한 것으로 알려져 의회 주변에선 “군청 공무원들에게 밥과 술을 얻어 먹은 효과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흘러나고 있다.

주민 박모씨는 “피감기관에게 술과 밥을 얻어먹는 의원들이나, 이들에게 접대를 하는 집행부 공무원들이나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감기관과의 술판’은 결국 지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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