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명문구단 삼성 라이온즈에 변화가 시작됐다. 프로야구 전반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 11일 ‘삼성그룹의 프로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가 2016년 1월1일 제일기획으로 공식 이관된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이전까지 삼성전자(27.5%)와 삼성SDI(15%), 삼성전기(12.5%), 삼성물산(9.5%) 등이 보유했던 라이온즈 지분 64.5%(12만9000주)를 취득하기로 해, 기존 보유분 3%와 합쳐 지분비율이 67.5%로 늘었다. 이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삼성그룹의 축구와 남녀농구, 남자배구단 등을 차례로 인수한 제일기획은 이제 야구단까지 그룹 내 프로스포츠구단을 모두 관리하게 됐다.
삼성이 지향하는 바는 뚜렷하다. 제일기획은 “구단들은 과거 승패만을 중요시했던 ‘스포츠단’에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창출해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스포츠 구단 마케팅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팬들에게 보다 만족스런 볼거리와 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솔루션을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했던 이전 스포츠단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로 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이관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대표적인 예다. 제일기획은 축구단을 인수한 뒤 초대권 등 공짜표를 없앴다. 또한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에 대형 통천 등을 활용해 광고를 유치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수 영입에 대한 흐름도 바뀌었다. 과거 수원은 빅마켓으로 불렸지만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 나서지 않고, 올해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선뜻 응하지 않았다. 대신 권창훈과 연제민 등 구단 산하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을 성장시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야구단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라이온즈는 내년부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홈 구장을 이전하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에 제일기획 이관까지 곁들여지며 마케팅부터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라이온즈 관계자는 “신축 구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마케팅 부분부터 체계적으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삼성은 내부 FA였던 박석민(NC)을 잡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석민의 이탈은 시장에도 큰 충격이었다. 앞으로도 ‘대형’ 선수 영입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보다 육성으로 방향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건 삼성이 몰고 올 새 바람이다. 정규시즌 5연패를 일구며 ‘왕조’를 열었던 삼성의 변화는 프로야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약 삼성이 이러한 변화로 독자적인 성장을 이룬다면 타 구단들 역시 ‘삼성 배우기’에 발벗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제일기획은 “이러한 시도는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자생력 확보를 목표로 체질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