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팔리던 국내 업체의 과자와 음료가 중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기 하향세로 평가 받는 제품이지만 중국에서의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 '오!감자''초코파이' 인기에 철도까지 진출…날개 단 오리온
오리온은 중국 과자업계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중국에서 비상하고 있다.
감자스낵 '오!감자'는 최근 중국에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11월 말 기준 올해 누적 매출이 2,125억원으로 이를 낱개로 환산하면 5억 5,000만 봉지에 이른다. 14억 중국인 3명 중 1명이 오!감자를 먹은 셈이다. 단일 국가에서 단일 상품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 팔린 제품은 국내 제과업체 제품 가운데 오!감자가 유일하다.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없는 토마토맛, 스테이크 맛, 치킨맛 등 중국인의 입맛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런닝맨'의 멤버 이광수와 김종국을 중국 전역에 방송하는 TV 광고에 등장시킨 것도 효과를 봤다.
'초코파이'도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11월 말 기준 올해 중국에서 초코파이 매출은 1,600억원으로 오!감자의 뒤를 잇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국내 제과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철도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10일 중국 최대 철도여객서비스기업인 동가오 그룹과 독점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가오 그룹은 중국 철도망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 내 총 4,000여 개 철도역 중 2,800여개의 관리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오리온은 향후 3년간 동가오 그룹이 운영하는 철도역과 객실에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리얼치즈칩, 리얼크래커초코, 닥터유에너지바, 키즈쿠키 등을 독점 판매한다.
오리온은 제품 인기에 힘입어 중국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일용소비자(FMCG) 브랜드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이 최근 '중국에서 1억가구 이상이 사용하는 일용소비재 브랜드 21가지'를 발표했는데, 국내 기업 가운데 오리온이 유일하게 20위에 올랐다. 중국 도시 가구의 63.5%에 해당하는 1억 100만가구가 오리온 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롯데칠성 '밀키스' '망고주스' 수출 대폭 증가
롯데칠성음료과 롯데제과 등 롯데 브랜드도 중국에서 약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탄산음료 '밀키스'는 올해 11월까지 중국에 1,350만캔(250㎖)이 수출됐다. 지난해 수출량의 2.9배에 달하는 수치다. 1980년대 국내에 출시돼 사랑 받았던 밀키스는 지금은 국내에서 잊혀진 듯 보이지만 중국에선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우유가 들어 있는 건강한 탄산음료' 이미지를 부각시킨 전략이 먹혔다. 또 매콤한 요리에 잘 어울린다는 입소문도 인기몰이에 한 몫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에 없는 딸기 맛, 망고 맛을 추가로 선보이는 등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키스의 인기에 중국 음료 대기업 '와하하'는 유사 제품까지 내 놨다.
롯데칠성음료의 망고주스(180㎖) 수출량도 3,800만개로 작년보다 27%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망고의 달콤한 맛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망고를 '일편단심'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에 착안해 망고주스를 결혼식 답례품으로 제안해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에는 축복의 의미로 신랑ㆍ신부가 하객들에게 '시탕(喜糖)'이라고 부르는 답례품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달콤한 맛의 사탕, 초콜릿 등을 선물한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설레임'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를 포함한 화동지방 아이스크림 매출 9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현지 잡지에 단일브랜드 매출 1위로 소개됐다. 지난해 한류스타인 2PM의 닉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없었던 파우치 타입의 짜먹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점도 중국인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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