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고속철 수출에서 일진일퇴의 국운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를 방문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공동 성명을 통해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를 잇는 505㎞ 구간에 일본의 고속철 신칸센(新幹線)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총 150억달러(약 17조7,000억원)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일본은 무려 120억달러의 차관을 인도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 달간 모디 총리와 무려 3번이나 만나며 이 사업에 공을 들였다.
이번 일본의 인도 고속철 수주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150㎞의 고속철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당한 패배를 설욕한 것이다. 중국은 겉으론 태연한 척 하고 있다. 중국 최대 고속철 회사인 중국중처(中國中車ㆍCRRC)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한 국가만 연거푸 수주하긴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연승을 거뒀다. 지난해 터키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잇는 533㎞의 고속철을 개통한 데 이어 지난 6월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타타르공화국의 카잔을 연결하는 770㎞의 고속철 사업 계약도 맺었다. 총 공사비 650억위안(약 11조8,000억원) 규모의 멕시코 고속철 사업은 수주 후 취소가 됐지만 127억달러(약 15조원)가 투입될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고속철 사업은 내년 착공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는 태국과 헝가리, 나이지리아 등에서 고속철 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중일이 모두 고속철 수출에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에서 약 1만㎞의 고속철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최소 3조위안(약 550조원)의 시장이 열린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국은 싸구려 짝퉁을 만드는 국가란 인상을 고속철을 통해 쇄신하겠다는 각오로, 일찌감치 국가 지도자가 고속철 세일즈맨으로 나섰다. 외국을 찾을 때마다 중국 고속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25일에는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 16개국 정상들을 불러 중국 고속철을 직접 타 보도록 했다. 리 총리는 이들과 함께 쑤저우(蘇州)에서 상하이(上海)까지 가는 고속철을 탄 뒤 20여분 동안 중국 고속철의 경쟁력을 선전했다. 그는 “고속철은 중국의 첨단 장비 산업과 기술, 실력을 종합 대표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7월 중국 고속철 차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는 중국중처의 창춘(長春)궤도객차 공장을 방문,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처럼 중일 지도자가 고속철 수출에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며 한국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속철은 2010년 독자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해외 수출 실적은 아직 없다.
창춘=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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