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은 ‘북한판 걸 그룹’ 모란봉악단이 12일 공연을 불과 6시간 앞두고 갑자기 짐도 놔 둔 채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갔다.
12일 중국 인터넷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7시30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모란봉악단 전체 단원이 이날 낮 12시 간단한 가방만 든 채 숙소인 베이징의 민쭈(民族)호텔에서 나왔다. 승합차와 승용차에 나눠 탄 이들은 1시간 뒤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을 밟고 오후 4시 비행기로 귀국했다. 이들은 짐을 거의 챙기지 못한 듯 여행 가방도 들고 있지 않았다. 공항에선 지재룡 주중북한대사의 모습도 목격됐다.
모란봉악단이 돌연 귀국하게 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묵었던 민쭈호텔측은 “정확한 사정을 모른다”고 답했다. 외교 소식통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2,000여명의 중국측 고위 관계자를 초청한 공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게 된 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별 지시 때문일 것이란 게 외교가의 추측이다.
모란봉악단과 함께 베이징에 온 북한 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은 아직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공훈국가합창단 200여명은 이날 오후2시 호텔 앞으로 나와 열을 맞춰 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당초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은 12일부터 사흘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함께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모란봉악단이 귀국함에 따라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훈국가합창단이 함께 귀국하지 않고 남은 것은 악기 등을 정리하고 짐을 챙겨 기차편을 통해 돌아가기 위한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직접 지시, 결성된 여성 악단이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은 모란봉악단의 단장인 현송월과 한때 사귀던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제1위원장이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모란봉악단이 처음으로 방중하며 북중 관계가 더욱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이 결국 공연을 하지 못한 채 귀국함에 따라 북중 관계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것 아니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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