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개성에서 1박 2일 마라톤 회담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다. 회담장 주변에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남북은 12일 오전 10시 40분 3차 수석대표 접촉을 재개했지만 41분 만에 헤어졌다. 이후 각자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3시 30분 4차 수석대표 접촉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역시 25분 만에 종료됐다.
남북 협상 대표단이 1박 2일 개성에서 머물고 있지만, 막상 서로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날 두 번의 접촉과 전날 이뤄진 1차 전체회의(30분)를 시작으로 1차 수석대표 접촉(1시간 12분), 2차 수석대표 접촉(15분) 시간을 다 합치더라도 3시간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대표단이 재량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게 아니라, 서울과 평양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은 것을 서로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협상 시간 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양측이 합의문을 조율하는 단계까지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남북회담에 참여해본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양측의 입장을 주고 받으며 조율해가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발표하기 전까지 수없이 번복되는 행위라 의미 없는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협상 대표단은 이번 회담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 황부기 통일부차관은 점심을 먹고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적십자 실무접촉 때도 그렇고 과거를 보면 이게 끝난 것 같기도 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실랑이를 하다 보면 또, 끝난다고 했다가 새벽 6시까지 가기도 한다”고 말하며 회담이 쉽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차근차근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북측 협상 대표단의 한 관계자도 “북측도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마주 앉은 거 아닌가”라며 대화 테이블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은 협상 의제와 접근 방식에서부터 근본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관련 우리 측은 진상규명, 재발방지 제도화, 신변안전 보장 대책 마련 등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점진적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이산가족 근본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빅딜을 통해 담판을 지으려는 모습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리 정부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해결이 안될 문제”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거나, 금강산 방문단을 시작으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 우회로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의 절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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