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2012년 출범한 세종시에 큰 고민이 하나 있다. 광역ㆍ기초행정을 병행하다 보니 행정 수요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신도시 인구의 폭증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행정수요가 늘고 있어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신도시(한솔ㆍ도담ㆍ아름동)지역 인구는 10만9,900명으로 전체 인구 21만명의 절반을 웃돈다.
북부권 주민들은 시 청사가 신도시 보람동으로 이전하면서 민원해결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읍ㆍ면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깊어지고 있다. 조치원읍과 연서ㆍ전동ㆍ소정면 인구는 6만7,500여명인데 이 중 22% 정도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이들은 시 청사까지 찾아와 민원을 해결하는데 최대 1시간 이상 빼앗긴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어 민원 불편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이후 세종시에는 분양ㆍ임대ㆍ도시형주택 등 총 3,131세대가 입주했다. 내년에는 총 8,691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세종시는 변화되는 행정 여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자치 모델’을 고민했다.
지난해 10월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9명으로 자치혁신단을 구성하고 읍ㆍ면ㆍ동 기능의 강화, 편리한 민원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6개월 뒤인 올 4월 시범지역 2곳을 선정, ‘책임읍ㆍ동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책임읍은 조치원읍을 지정해 읍을 비롯해 연서ㆍ전의ㆍ전동ㆍ소정면을 관할하기로 했다. 책임동은 아름동을 지정해 1생활권 아름ㆍ도담ㆍ고운ㆍ종촌ㆍ어진동을 맡긴다.
시는 같은 달 행자부가 책임읍ㆍ면ㆍ동 시범지자체 시행방안을 발표할 때 실행방안과 로드맵도 밝혔다. 6월 10일부터 9일 간 책임읍ㆍ동 시행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회도 했다.
이후 업무 담당자와 면담을 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 위주로 위임 사무를 결정했다. 총 407개 사무 중 책임읍에는 215개, 책임동에는 154개를 위임하기로 했다.
시는 후속작업에 속도를 냈다. 행자부와 협의해 인력 24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조치원읍에는 4개과, 아름동에는 3개과를 설치키로 했다. 11월에는 관련 자치법규 개정도 마무리했다.
책임읍은 ‘북세종 통합 행정복지센터’로, 책임동은 ‘1생활권 통합 행정복지센터’로 각각 명칭을 정했다. 시는 리플릿과 시정소식지, 시홈페이지, SNS를 통해 홍보도 했다.
시는 추가경정 예산과 특별교부세, 예비비 등으로 9억원을 확보해 책임읍ㆍ동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마무리할 요량이다.
시는 책임읍동을 통해 북부권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민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책임읍은 조치원읍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장 행정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시는 설명한다. 지역 실정에 밝은 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조사해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사무 대부분이 책임읍ㆍ동에 위임돼 복지 사각지대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는 또 민원 처리 기간이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 동안은 민원인 방문과 시청 담당자 현장조사 및 조치까지 평균 6일 정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책임읍ㆍ동에선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해 평균 3일 정도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 관계자는 “세종형 책임읍ㆍ동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행정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민만족도 등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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