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부터 종교까지 꼭 집어 '좋아요'

이상형 골라 만나는 재미에 인기
최근엔 기독교인 전용 앱까지
세계적 업체들 인기몰이
美 ‘틴더’ 등 속속 나스닥 상장
범죄 악용 등 부작용은 여전

유례없는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있지만 아무리 악조건에 둘러싸여 있어도 청춘 남녀의 연애 욕구를 억제할 수 없다. 손 안의 인터넷에 울고 웃으며 자란 이들 디지털 세대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가 아니라도, 앱이 추천해 준 상대를 만나 데이트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성을 소개 받을 수 있는 소셜데이팅 업계가 부상하는 이유다. 국내 대표적인 데이트 앱인 ‘이음’은 등록한 누적 가입자가 120만명이다. 이음을 통해 데이트 상대를 구한 회사원 이모(32ㆍ남)씨는 “지인이 내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소개해줄 경우 서로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지인을 대하는 것조차 어색해진다”며 “소셜데이팅 앱에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골라 만남을 제안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앱이자 채팅 앱인 ‘1㎞’를 즐겨 사용하는 회사원 김모(27ㆍ남)씨는 활동 반경을 넓히려 데이팅 앱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다. 그는 “남자 동기가 대부분인 학과를 졸업하고 몇몇 동료들과만 소통하는 사무직으로 취직해 인간관계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며 “꼭 이성 교제로 발전되지 않더라도 앱을 통해 새로운 인맥을 쌓아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대생 김모(25)씨는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위치 기반 소셜데이팅 앱 틴더를 적극 활용한다. 김씨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이성을 만남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고 이성의 매력을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도 정립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는 나와 잘 맞는 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다양한 연애 경험을 쌓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셜데이팅 앱의 일부 유료 서비스에도 기꺼이 투자한다. 이음의 경우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데 필요한 1회 비용이 4,000원이지만 직장 인증까지 해야 이용할 수 있는 아임에잇의 경우 1회 호감 표시 비용이 4만원이나 된다.

특정 계층이나 대상을 주고객으로 하는 세분화 경향도 보인다. 기독교인 대상 데이팅 앱인 크리스천데이트를 통해 여자친구를 만났다는 조모(32)씨는 “데이트 상대로 교단이나 신앙심의 정도까지 일치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기독교 전용 앱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무슬림 전용 데이팅 앱 이스커(Ishqr)는 가입 후 적는 기본 정보에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부터 구분해 적도록 돼 있을 정도다.

요즘 소셜데이팅 앱이 뜨는 배경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자기애가 강한 2030세대 성향과 관련이 깊다. 이성을 사귈 때도 누군가에게 이끌리기보다 자신이 주도하는 데이트를 원한다. 기성세대는 데이팅 앱의 사용 목적을 즉흥 만남을 위한 것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디지털 세대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이음의 김도연 대표는 “지금의 2030세대는 외모와 키, 출신학교 같은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음악적 취향, 취미 등 좀 더 세세한 기준에 근거해 이성의 매력을 찾는다”며 “소셜데이팅 앱 시장은 이처럼 이성 친구를 찾는 데 선입견이 없어진 세대의 전세계적인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셜데이팅 업체는 최근 국내외 스타트업 시장에서 부쩍 높아진 위상을 자랑한다. 지난달 미국 데이팅 앱 매치닷컴(match.com)과 틴더(Tinder)의 모회사 매치그룹이 나스닥에 신규 상장됐다. 중국은 2010년 자위안(佳緣)닷컴에 이어 채팅 앱 모모가 지난해 말 나스닥에 상장됐다. 독일의 위치 기반 데이팅 앱 스포티드(Spotted)와 프랑스의 해픈(Happn)은 최근 각각 1,450만 달러(약 170억 6,900만원), 1,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물론 데이트 상대를 분석해주는 알고리즘(컴퓨터 명령들로 구성된 순서화된 절차) 기술이 사랑의 상대를 찾아줄 수 있어도 예의까지 챙겨 주지는 못한다. 개인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거나 범죄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법적 처벌을 공지하고 있지만 기혼자가 정보를 숨길 경우 색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신원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입자들이 신중히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데이팅 앱 이용자는 가입 전에 확실한 본인 인증 절차와 신고시스템 등 유무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디지털 세대도 아직까지 온라인을 매개로 한 이성 간의 만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규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회사원인 김모씨(31ㆍ여)는 소셜데이팅 앱에 가입했다가 2주 만에 탈퇴했다. 김씨는 “남자 동료가 앱 가입 사실을 알게 돼 크게 민망했다”며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이 이런 서비스 이용을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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