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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앱 남녀 70% “진지한 만남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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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앱 남녀 70% “진지한 만남 원해요”

입력
2015.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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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중매 시대

대면 관계 약한 디지털 세대

네트워크 통한 혼인 늘어

부모 간섭 약해지는 추세에도

오프라인 소개 사라지진 않을 듯

대학생인 김모(20)씨에게 ‘중매’가 뭔지 물었다. 그는 다소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뭔 뜻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에게 전통적인 중매는 이제 사어(死語)나 다름없다. 배우자 선택의 중요한 방식이었던 중매 문화도 시대의 도도한 변화를 이기지 못한다. 근대화 과정에 서구식의 ‘자유 연애’ 개념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1960년대까지도 결혼 상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혼인한 경우도 있었다.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주체가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였다. 결혼은 당사자간의 결합 이상으로 가족의 결합으로 여겼던 인식 탓이다.

중매혼이 부모나 친척이 소개하는 방식에서 전문 중매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간 것은 1960년대 후반 상류층 결혼에 소위 ‘마담 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 점차 부모의 목소리보다 결혼 당사자의 의사 결정력이 커졌다. 1970년 이후에는 결정은 본인이 하되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절충적인 결혼이 늘었다. 학계에서는 이를 중간혼이라 이름 붙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등장하면서 결혼 성격이 확 달라졌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2011년)에 따르면 이들의 부모세대 중매혼 비율이 86%에 달했던 것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 중매혼 비율은 35.9%로 크게 감소하고, 연애혼 비율이 48%로 크게 늘었다. 특히 1980년대부터는 중매는 결혼의 한 형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개팅 정도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부모의 판단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보다 결혼 당사자에게 확신을 주거나 의사결정을 미루게 하는 정도로 기능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중반 결혼정보회사가 태동했다. 한국적인 중매의 전통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형태이자 중매 결혼과 연애 결혼을 절충한 성격으로 결혼 적령기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중반 들어 해마다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주춤해지고 있다.

이제 결혼정보업체들도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단계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은 최근 모바일 앱 형태의 결혼정보서비스 ‘천만모여’를 출시했다. 연애 상대와 배우자를 찾는 데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뜻하는 O2O(online to offline)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반면 직장인 전용 데이팅 앱 아임에잇은 올해 들어 데이트 상대를 찾는데 모바일 절차에만 맡기지 않고 담당 매니저가 직접 챙겨 주는 프리미엄 서비스 ‘맺음’을 선보였다. 결혼정보회사가 고비용 구조를 온라인 서비스 강화로 상쇄시키고, 소셜데이팅 앱 업체는 파티 이벤트 등 오프라인 행사를 늘리고 있다. 기존의 결혼정보회사와 소셜데이팅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한 단면이다.

모바일의 중매 역할은 이미 현실이 됐다. 창업한 지 5년 된 이음의 소셜 데이팅 앱을 통해 결혼한 커플은 1,000쌍이나 된다. 특히 직접적인 사회적 관계에 상대적으로 약한 디지털 세대가 결혼 상대를 찾는 중요한 공간으로 소셜데이팅 앱을 인식하는 분위기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음이 최근 이용자 4,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자 회원의 74%가 진지한 만남을 위해 소개팅 앱을 쓴다고 답했다. 결혼 상대를 찾는다는 답도 16%나 됐다. 남자는 70%가 진지한 만남을 위해, 7%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기존 결혼정보회사든 데이팅 앱 기업이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효율적인 접점을 찾아내는 업체가 데이트, 결혼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 있어 부모의 권한 정도는 어떻게 변할까. 혼전 이성교제 경험 빈도는 높지만 경제적, 문화적으로 부모에 대한 종속도가 높은 한국 청년의 특성상 결혼 단계에서 부모의 승인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요즘 젊은 층은 ‘N포 세대’로 불리며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여 결혼에 관한 현실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유가효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결혼의 제반 준비를 부모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은 배우자 선택에서 제한된 자율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류층에서 중매 문화가 아직까지 유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업체 대표는 “부모가 싫어하는 사람과 교제해 봤자 결혼 단계에서 반대에 부딪칠 게 뻔하다는 생각이 강해서 20대 초반에 일찌감치 회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상류층에서는 중매결혼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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