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윤승은)는 11일 독일 가전매장에서 경쟁사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재물손괴 등)로 기소된 조성진(59)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사장의 행위로 세탁기가 손괴됐다고 볼 인과관계와 고의성 모두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조 사장이 문을 누른 세탁기가 정상 제품과 달리 문을 한번에 여닫기 어려워져, 제품홍보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용도로 적합하지 않게 손상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매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조 사장이 양손으로 세탁기의 문을 내려 앉힐 만큼 강하게 눌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조 사장이 삼성 세탁기 부스를 떠난 직후 세탁기 문의 문제를 발견했다”는 매장 직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매장 직원들이 사건 발생 6개월 뒤에 작성한 진술서인데다, 조 사장이 세탁기를 건드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시간과 CCTV상 시간 차도 2~3시간 가량 난 점 등을 재판부는 고려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행사기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매장에 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조 사장의 행위 이후 세탁기 문에 문제가 생길 만한 다른 누군가의 행동이나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의 유럽가전전시회(IFA) 기간 중 삼성전자 세탁기의 문을 아래로 수 차례 눌러 문과 본체의 연결부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 본체와 도어의 힌지(연결부)가 취약해 (세탁기가) 파손됐다’는 취지의 LG전자 보도자료를 낸 이유로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 허위가 아니며 고의성 역시 없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는 삼성과 LG의 합의로 삼성 측이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공소 기각됐다. 일행으로 함께 기소된 세탁기연구소장 조모(50) 상무와 홍보담당 전모(55) 전무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이후 “무죄가 나왔지만, 양사 모두 기술개발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대표 굴지 기업인만큼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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