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내가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팀이 이기는 것이다.”
손흥민(23ㆍ토트넘)이 부상 복귀 이후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이다.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늘 주연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조연마저도 1등을 달리고 있다. 그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J조 최종전 모나코와의 경기에서 에릭 라멜라의 해트트릭에 두 번의 어시스트를 배달해 유로파리그 어시스트 부문 선두(4도움)로 올라섰다. 원톱 선발로 출전해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팀의 4-1 대승을 이끈 ‘명품 조연’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골만 잘 넣는 줄 알았던 손흥민의 가능성은 또 한번 확대됐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나 A매치에서 ‘골잡이’ 역할에 충실했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와 감각적인 슈팅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2012~13시즌 12골, 레버쿠젠에서 2013~14시즌 12골, 2014~15시즌 17골을 작렬하며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ㆍ레알 마드리드)에 빗댄 ‘손날두’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손흥민의 가공할만한 득점력은 지난 8월 그가 유럽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데뷔골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꼬리표가 됐다. 지난 9월 선덜랜드를 상대로 한 손흥민의 데뷔전에 대해 영국 BBC는 “7번 유니폼을 입었지만 10번 선수처럼 뛰었다”면서 “그의 패스는 형편 없었고 전반전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손흥민의 무득점 플레이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손흥민을 ‘전천후 공격수’로 발전시키겠다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3ㆍ아르헨티나) 토트넘 감독의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원톱 스트라이커, 좌우 날개, 섀도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고 있다. 하나의 포지션에 머물기 보다는 복수의 멀티 플레이어를 양성해 스쿼드를 더 끈끈하게 만들려는 포체티노 감독의 복안이기도 하다.
손흥민 공격 포인트 일지
*현재까지 3골5도움
손흥민 역시 이러한 신뢰에 화답하고 있다. 40여 일간의 부상 복귀 이후 아직까지 득점은 없지만 천금 같은 도움 5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카라바크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5차전에서 해리 케인의 결승 득점을 어시스트해 32강 진출 확정에 일조했다. 11일 모나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전반 15분에는 손흥민이 헤딩으로 떨어트려 준 공을 라멜라가 드리블로 몰고 가 추가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전반 37분에는 손흥민이 찔러준 공을 라멜라가 강력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이번 시즌 출전한 유로파리그 네 경기에서 모두 공격 포인트(2골4도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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