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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주명철의 프랑스혁명 10부작 첫 2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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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주명철의 프랑스혁명 10부작 첫 2권 출간

입력
2015.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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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대서사의 서막

2권 1789

주명철 지음

여문책 발행ㆍ1권 300쪽ㆍ2권 327쪽ㆍ각권 1만 8,000원

올 여름 정년 퇴임한 주명철(65)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프랑스혁명 10부작을 쓰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첫 두 권으로 1권 ‘대서사의 서막-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권 ‘1789-평등을 잉태한 자유의 원년’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1794년 테르미도르 반동을 다루는 9권과 10권까지, 4~5년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5권의 원고를 쓰고 있다. “원고지 1만장 이상을 채워야 하는 긴 여정에서 겨우 첫 발을 뗐으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라면서도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마라톤 선수의 심정”으로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프랑스혁명 10부작의 첫 두 권을 내놓은 역사학자 주명철.
프랑스혁명 10부작의 첫 두 권을 내놓은 역사학자 주명철.

프랑스혁명에 관한 논문과 책은 전세계에 수없이 많다. 한국인의 저술과 번역서도 꽤 다양하게 나와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테르미도르 반동이 일어난 1794년까지 5년을 무려 10권에 걸쳐 세밀하게 다루려는 책은 없었다.

주 교수는 “기본적인 줄거리라도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에 그런 책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건이라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10권이라니, 너무 길지 않은가. 첫 두 권을 보니 재미있다. 세밀한 묘사와 서술에다 가끔 슬그머니 유머를 풀어 놓아 지루한 줄 모르겠다.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마치 대하소설이나 스펙터클 영화를 보는 듯하다.

출발은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에게 들려주는 프랑스혁명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자료를 정리하며 틈틈이 쓰다가 정년퇴임으로 ‘백수’가 된 김에 밀린 숙제를 해치우기로 했다. 서문으로 짐작컨대 지금 여기 한국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작용한 모양이다.

“왜 2015년의 한국에서 프랑스혁명에 대해 쓰려고 하는가. (중략)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수구세력이 역사적 사실을 자기네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예를 들자면 ‘5ㆍ16 군사정변’을 틈만 나면 ‘혁명’으로 미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단 프랑스혁명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써 군사정변과 혁명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독자가 깨달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 1권 ‘대서사의 서막’은 앙시앵레짐(구체제)을 다룬다. 주목할 것은 저자의 관점이다. 앙시앵레짐을 타도해야 할 모순 덩어리,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보는 평면적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그보다는 혁명을 낳고 변형되거나 폐지되거나 먼 훗날 부활하지만 그때의 사정에 맞게 변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화 통화에서 주 교수는 앙시앵레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혁명가의 눈으로 보면 구체제는 타파해야 할 구악이다. 하지만 모순 없는 사회가 어디에 있겠는가. 프랑스혁명 이전의 구체제는 모순뿐 아니라 나름의 역동성을 갖고 있었다. 절대왕정의 무능 때문에 혁명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 체제 아래서도 근대화 노력이 있었다. 따라서 앙시앵레짐을 거부나 타도 대상으로만 보는 건 단견이다.“

‘무능한 왕 루이 16세, 사치스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평가도 지나치게 단순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혁명 전후 상황을 보면 루이 16세는 나름대로 현실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는 당시 그보다 더한 사람도 많았지만 왕비라서 비난이 몰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혁명은 무엇보다 경제문제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왕정이 빚을 많이 져서 국가 재정이 파탄 나자 세제개혁을 하려다 특권층의 반발로 실패하면서 혁명이 일어났음을 강조한다.

이미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는데, 프랑스혁명 연구에 더 남은 영역이 있을까. 이 질문에 주 교수는 “프랑스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프랑스혁명 연구도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유, 평등, 우애의 프랑스혁명 정신이 아직 진행형이고, 연구의 지평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프랑스혁명 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여성의 역할이 왜 축소됐는가를 검토하는 젠더 연구, 프랑스혁명과 계몽사상의 언어 분석, 반혁명 연구, 프랑스혁명을 미국의 독립혁명을 비롯해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대서양 연안에서 잇달아 일어난 대서양혁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 등 새로운 접근법과 연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혁명의 끝을 언제로 보느냐는 단언하기 힘든 문제다. 나폴레옹이 등장하는 시기, 혁명이 물려준 과제 해결에 매달린 19세기의 어느 시점, 러시아혁명과 연결되는 지점, 자유와 평등의 혁명 정신이 실현될 때까지, 등등 여러 시기를 잡을 수 있지만, 주 교수의 10부작은 테르미도르 반동까지 다룰 예정이다. 스스로는 “역량이 부쳐서 거기까지”라고 말하지만, 첫 두 권으로 판단컨대 충분히 풍성한 역작이 될 듯하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10부작을 쓰는 저자의 목적을 되짚어보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자유, 평등, 우애라는 높은 이상을 내걸고 실천하려는 프랑스혁명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고, 그렇게 해서 겨우 틀을 갖추고 조금씩 실현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언제라도 프랑스혁명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합리적 질문마저 수구세력에 불리하면 곧바로 ‘종북’ 딱지를 붙이고” 쿠데타를 혁명이라 우기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이 준동하는 지금 이 나라에서 프랑스혁명은 226년 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흘러간 사건일 수 없음을, 독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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