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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역 고가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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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역 고가도로

입력
2015.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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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초 상경해 산 곳이 남산 아래 후암동이었다. 새 친구들과 어울려 남산도서관과 인근 동ㆍ식물원, 남대문시장, 서울역 일대를 누볐다. 그 해 광복절 군중 사이에서 서울역 고가도로 준공식을 보았다. 거리가 멀어 선명하진 않았어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어렴풋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 눈에 서울역 고가도로는 유난히 높았고,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는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이듬해 세워진 ‘3ㆍ1 고가도로’ 전까지 가장 높은 공중(空中) 시설물이었다.

▦ 서울역 고가도로는 남대문시장 앞 퇴계로 끝과 만리동ㆍ청파동 고개를 잇는 1㎞남짓한 길이다. 유명한 대도상가 등을 안고 있던 남대문시장은 청계천 평화시장과 함께 의류산업의 중심이었다. 청파동ㆍ만리동 일대에는 청계천ㆍ광희동 일대처럼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었다. 시장과 공장을 곧바로 이어준 데다 당시 섬유ㆍ의류산업의 비중이 워낙 커서 서울역고가도로는 ‘조국 근대화’의 상징물로 통했고, ‘대한뉴스’에도 수시로 등장했다. 청계고가도로나 그 일부인 3ㆍ1 고가도로, 삼각지고가도로 등도 마찬가지였다.

▦ 신호 없이 교차로를 위로 지나갈 수 있어 한때 ‘도로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던 서울의 고가도로는 2003년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도심의 흉물거리나 애물단지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자동차보다 사람, 교통편의보다 경관ㆍ환경을 중시하게 된 시민의식의 변화에, 서울의 교통체증이 한계에 이르러 더는 개선 가능성이 없다는 포기 심리까지 겹쳤다. 청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최근의 아현ㆍ약수ㆍ서대문 고가도로 철거에 이르기까지 벌써 17개 고가도로가 사라졌다. 이제는 시민 반응도 무덤덤하다.

▦ 서울역고가도로는 예외다. 잦은 보수로도 노후화에 견디지 못해 88년부터 총중량 13톤 이상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2008년 12개 시내버스 노선까지 폐지됐는데도 2013년 안전감사에서 재난위험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철거하는 대신 공중정원으로 되살리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구상은 상권 위축을 우려한 남대문시장 상인 등의 반발을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13일 차량통행 전면금지로 박 시장의 구상은 실현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서울역고가도로에 대한 감회가 새로운 한편, 공중정원이 청계천처럼 대선도전 밑거름이 될 지도 궁금해진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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