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ㆍ경제법 끝내 처리 실패
버티기만 한 야당의 무능 한심
대안 없는 반대엔 미래도 없어
19대 국회는 끝내 절실한 법조차 세우지 못한 불임(不妊) 국회로 지리멸렬할 공산이 커졌다. 임시국회는 열렸으나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법과 여야의 경제관련법은 모두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지근한 양비론적 입장에서 보면 새누리당은 무기력했고, 새정연은 무능했다. 하지만 좀 더 날을 세우자면 그나마 뭔가를 해보려는 시늉이라도 했던 새누리당에 비해 국회 선진화법에 기대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기만 한 새정연의 잘못이 더 크다. 불통 여당도 답답하지만 무능한 야당은 재앙이다.
어차피 절대적으로 완전하고 옳은 정법(正法)은 있을 수 없다. 법이란 게 본디 시대의 요구와 상황에 맞춰 상대적 준칙을 세우는 것인 만큼, 긍정 부정적 양 측면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 법안 논의는 설사 법안 처리까지는 못 가도, 무리한 악법(惡法)적 요소를 제거하여 최대한 양법(良法)을 도출하려는 노력만은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야당은 끈질긴 노력을 통해 국정비판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국민의 지지를 넓히는 기회를 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새정연은 그런 노력을 보여주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오랜 논란이었던 기간제법안(비정규직고용안정법)만 해도 그렇다. 새누리당이 주도한 법안의 골자는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행 2년인 근무기간을 2년 더 연장하자는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하고, 2년을 초과해 계속 일할 경우 무기계약, 즉 사실상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 한 현행 기간제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자들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전에 해고해 버리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정부ㆍ여당의 주장대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매년 해고 불안감에 시달려온 수많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최소 3년 이상의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새정연은 이 법안이 비정규직을 오히려 늘리는 악법이라며 불타협 입장만을 고수했다. 문재인 대표는 “법안을 용인한다면 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장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에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단이 없고, 기간제라도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하길 원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새정연은 법안을 일축하는 대신 기간제 근로자 상시 사용 시 정규직 전환 의무비율을 채택하는 방식 등을 걸고라도 절충을 벌였어야 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도 안 된다는 말뿐이었지, 어떻든 해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원샷법안은 철강 조선 건설 등 불경기에 과잉공급까지 겹쳐 한계에 이른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인수ㆍ합병(M&A) 절차를 줄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가동하는 내용이 골자다. 새정연은 지원 대상에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시키면 재벌의 상속 등에 악용될 것이라며 대기업을 빼지 않으면 법안을 받을 수 없다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법안의 절박성을 감안하면, 대기업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보다는 추가적 악용 방지장치를 법안에 보완하는 현실적 접근을 시도했어야 했다.
기간제법이나 원샷법은 물론 최선이 아니다. 최악을 피하려는 차악(次惡)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앞서 노동개혁에 나섰던 유럽에서도 노동자 개인의 삶의 질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개혁을 외면할 수 없는 건, 그렇지 않을 경우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샷법 역시 재벌의 편법 상속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가 긴요하다. 그러나 일본 등에서 이미 1990년대에 유사 법을 시행한 건 한계에 이른 산업구조를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임을 차분히 곱씹어야 한다.
새정연은 최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놀랍도록 냉랭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반독재 투쟁 식의 막연한 선동으로는 지지를 넓히기 어렵다. 구체적 대안으로 치열하게 맞붙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거듭나지 못하면, 야당의 미래는 없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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