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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사이다 할머니 결국… 무기징역

입력
2015.12.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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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잔혹 대담하고 반성기미 없어" 중형 선고

배심원 4시간 격론 끝에 7명 만장일치 유죄 평결

피고인 측 "항소할 것"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 할머니가 11일 오전 경찰 호송버스에서 내려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대구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 할머니가 11일 오전 경찰 호송버스에서 내려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대구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른바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4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7명 전원 만장일치로 유죄평결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는 11일 마을 할머니들에게 맹독성 농약을 섞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숨지거나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기소된 박모(82ㆍ여)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 7일부터 5일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고, 유족들에게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주었지만 피해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재판 과정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수시로 바꾸는 등 임기응변식 주장을 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한 마을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토록 하는 공동체 붕괴현상을 일으켰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 “농약을 마신 신모 할머니를 구조할 때는 마을회관에 다른 피해자(5명)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 구조가 55분 늦어지게 하는 등 피해자 구호 기회가 있었으나 방치해 죄가 무겁다”는 점도 강조했다.

7명의 배심원들은 전원 유죄의견을 냈고, 형량에 대해서도 7명 전원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제시했다.

선고가 나자 피고인 측 가족 일부는 검사석을 향해 “80넘은 노인이 무슨 일관성 있게 진술하느냐. 너네는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 끝까지 갈 꺼야”라며 고성을 퍼붓다 퇴정 당했다. 박 피고인 측은 선고 직후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범행 수법이 잔혹ㆍ대담하고 죄질이 나쁘다”며 “증거가 충분함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이번 사건으로 마을이 파탄 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 피고인이 사건 전날 마을회관에서 피해자 민모(84ㆍ여)씨와 화투놀이를 하다가 다퉜고 이에 앙심을 품고 사건 당일 집에 있던 농약을 박카스 병에 옮겨 담아 사이다에 넣었다고 봤으며, 배심원단과 재판부도 이를 수용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그 동안 “피고인은 무지한 시골 할머니로 가족처럼 지내온 친구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고 증거도 없다”고 반박해 왔다. 피고인 옷가지 등에서 검출된 농약은 피해자들의 분비물을 닦는 과정에 묻었고, 박카스병과 사이다병, 농약병에서 나온 농약이 같은 농약인지도 검찰이 조사하지 않은 점, 모든 증거는 모순 없이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해 왔다.

박 피고인도 이날 오후 최후진술을 통해 “순경(경찰)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잡아 넣은 게 제일 억울하다”고 말했다. 박 피고인은 10차례나 “억울하다”며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피고인은 지난 7월14일 오후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냉장고에 먹다 남겨둔 사이다에 2012년 판매가 금지된 맹독성 살충제를 몰래 넣어 이를 모르고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은 피고인 측의 신청에 따라 7일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국민참여재판은 지방법원 관할 구역에 사는 만 20세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ㆍ무죄 평결을 내리는 제도로, 2008년 1월 국내에서 시행됐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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