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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스타들, 3D 영상으로 돌아오다

입력
2015.1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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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공연 중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공연 중 한 장면.

할리우드 비즈니스 달아오르다

마이클 잭슨 빌보드 공연 후

제작자들 앞다퉈 무대 기획

내년엔 휘트니 휴스턴 투어도

상업적 효과엔 부정적 의견들

죽은 뮤지션과 관객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 생길지 의문

기술 도용 등 소송전도 잦아

1977년 처음 상영된 영화 ‘스타워즈(Starwars)’시리즈 속 과학기술은 이후 4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나 둘 구현됐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에서 비슷하게 모습을 드러낸 기술이 바로 홀로그램(Hologramㆍ3차원 입체영상)이다. ‘스타워즈’에서 레아 공주의 메시지를 담아 주인공 스카이워커의 모험을 촉발했던 그 홀로그램은 2015년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망자를 향한 산 자의 추억마저 살려내는 마력의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홀로그램의 기술이 발달해 영상 속 인물은 실제와 마찬가지로 숨쉬고 말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그래서 홀로그램으로 부활하는 망자들은 대체로 스타들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한 스타가 홀로그램으로 돌아와 생전처럼 공연을 하는 모습은 팬들에겐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값진 경험이기도 하다.

마이클 잭슨에 이어, 휘트니 휴스턴을 부르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할리우드의 쇼 비즈니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진행된 ‘2014빌보드 뮤직 어워즈’ 시상식에서 현실의 댄서와 뒤섞여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공연이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후 공연 제작자들은 앞다퉈 세상을 떠난 스타들의 소환 무대를 기획하고 나선 것이다.

4일 미국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에 따르면 2012년 2월 세상을 떠난 팝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투어 공연이 내년 시작된다. 휴스턴은 1991년 영화 ‘보디가드’의 사운드트랙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가수. 홀로그램유에스에이(HologramUSA)라는 업체가 전성기 때 휴스턴을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되살려 미 전역을 1년 동안 도는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업체는 휴스턴 외에 1991년 숨진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존 샌포드와 1984년 사망한 앤디 카우프만을 역시 ‘무덤’에서 무대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홀로그램 무대로의 초대는 195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롤링스톤은 “홀로그램유에스에이가 비틀스와 롤링스톤스에 큰 영향을 끼친 록 스타 버디 홀리의 공연을 위한 판권도 손에 넣었다”고 전했다. 버디 홀리는 1959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기까지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성기에 앞서 미국 록 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스타이다.

생전 스타를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게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첫 시도는 1996년 총에 맞아 숨진 미국의 래퍼 겸 배우인 투팍을 캘리포니아 주 소도시 코첼라의 무대에 등장시킨 2012년 공연 때 이뤄졌다. 이후 3년여 만에 홀로그램 공연 업계는 선두주자인 홀로그램유에스에이에 이어 펄스 에벌루션(Pulse Evolution)이 등장하면서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해 마이클 잭슨 홀로그램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 회사는 얼마 전 엘비스 프레슬리와 메릴린 먼로의 ‘사후 공연’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홀로그램 공연의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휘트니 휴스턴이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 홀로그램 투어가 시작되면 1990년대 초반 당시 휴스턴의 음색과 모습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휘트니 휴스턴이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 홀로그램 투어가 시작되면 1990년대 초반 당시 휴스턴의 음색과 모습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죽은 사람의 무대, 편견 지우기 쉽지 않아

홀로그램 공연 무대에 버디 홀리부터 휘트니 휴스턴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과거의 스타들이 줄줄이 오르는 것은 팬들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 분명하지만 볼 것 많고 즐길 것이 다양한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과연 ‘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법적 분쟁과 같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망자가 멀쩡히 무대에 서는 것을 보여주는 게 “마케팅 차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준다”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까지 홀로그램 시장이 보여준 이미지는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관객들은 자신의 기억에서 이미 증발해버린 오래 전 스타의 ‘부활’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유에스에이의 알키 데이비드는 “팬들은 비교적 최근에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의 홀로그램에는 금세 적응하고 죽은 사람이란 사실을 잊은 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버디 홀리 정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50년 전 사망한 뮤지션과 관객 사이에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는 얘기이다. 마케팅 컨설턴트 업체인 아이디어시클의 윌 번스 최고경영자는 홀로그램 쇼비즈니스의 현재를 매우 부정적으로 진단한다. 그는 “지금 무대에 올려지는 홀로그램 공연들은 엄밀히 말해 3차원 영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관객들이 실제라고 여길 만큼 사실적이지 못하다”라며 “업체들이 애니메이션 기법과 이미지 실사를 돕는 각종 자재를 무대에 보강하지만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스타를 살아있는 무대와 섞어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현재의 홀로그램 무대들은 한마디로 미학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업체들간 송사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신 기술과 저작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공연과 관련해 홀로그램유에스에이는 공연제작사인 펄스 에벌루션을 고소했다. 홀로그램 제작 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할리우드리포트는 소송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소개하면서 “공연중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받아들여지진 않았다”라며 “다만 네바다 법원은 홀로그램유에스에이측이 사전에 무대장치를 조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러한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홀로그램 비즈니스의 전망은 밝다는 게 중론이다. 무대 공연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홀로그램 기술은 널리 활용될 여지가 있어서다.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는 얼마 전 자신을 ‘3D스캔’하는 작업을 마쳤다. 자신이 등장하는 비디오게임을 위해서이지만, 그의 사후 홀로그램 공연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폴 디벡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영화학과 교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3D스캔을 해놓으면 사후에 다 써먹을 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폴 매카트니는 최근 자신의 각종 이미지를 3D스캔으로 보존했다. 연합뉴스
폴 매카트니는 최근 자신의 각종 이미지를 3D스캔으로 보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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