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아무나’(anybobies)가 아닙니다”라는 명 연설로 북한인권 문제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가슴 사무치는 문제인지 세계에 알렸던 오준 유엔 대사가 올해는 탈북자 이야기를 소재로 또 한번 전세계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오 대사는 북한 인권문제가 2년 연속 공식 의제로 가결된 10일 미국 뉴욕의 안보리회의장에서 2분간의 연설을 통해 10대에 북한을 탈출한 뒤 어머니와 동생을 구출하는데 12년을 보낸 탈북 여성 이현서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오 대사는 이씨가 쓴 영문 수기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의 내용 중 “북한을 떠나는 것은 그저 어떤 나라를 떠나는 것과는 다르다. 차라리 우주를 떠나는 것과 같다. 나는 (북한이라는) 그 중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를 낭송했다.
오 대사는 이어 “왜 그는 남들이 수용소라 부르는 그곳을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왜 그는 북한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조차 그 중력을 느끼는 걸까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라고 자문자답했다.
이어 “이 회의장에 있는 그 누구도 그녀가 느끼는 부담의 중력을 결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녀는 지난 12년 동안 날마다 가족들이 안전하게 살아있기만 기도하면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녀와 함께 거기에 없었다”고 했다.
끝으로 오 대사는 “우리는 안전을 찾아 자신의 고향을 떠나 온 북한 사람들을 앞으로도 계속 기꺼이 맞이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 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이 자기 고향에서 안전과 존엄성을 누리며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 대사는 지난해 11월 22일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서 진행한 2분간의 연설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아무나’가 아니다” “먼 훗날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볼 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연설을 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연설 이후 각국 대사들은 이례적으로 오 대사에게 악수나 포옹을 청하는가 하면, 문자 메시지 등으로 감동을 전했다. 연설을 접한 우리 국민들도 북한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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