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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거물 메이도프의 사기왕국 무너지다

입력
2015.1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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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2월 11일

7년 전 오늘, FBI가 버나드 메이도프를 수십 년 금융다단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게티이미지
7년 전 오늘, FBI가 버나드 메이도프를 수십 년 금융다단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게티이미지

2008년 12월 11일,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가 수십 년에 걸친 다단계 금융 사기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저금리정책 종료와 부동산 거품 붕괴, 서브프라임모기지 금리 인상, 2007년 4월 대출회사 뉴센트리 파이낸스의 파산신청(2007년 4월)으로 시작된 금융기관 대출 회수불능 사태로 충격에 휩싸인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은 월가 거물의 사기로 도덕적 결정타를 입었다.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그의 사기는 월가의 ‘합법적’인 사기보다 조금 더 불법적이었을 뿐”이라고 썼다.

그는 장인에게서 빌린 5만 달러로 1960년 ‘버나드 메이도프 증권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수법은 1920년대 폰지(PONZIㆍ이탈리아 출신의 금융사기범 찰스 폰지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 사기, 즉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기법의 전형이었다. 신규 투자자들의 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환매 대금과 수익금을 챙겨주는 방법. 시황이 아무리 나빠도 그의 ‘투자’는 실패하는 법 없이 연 8~10%대의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고, 투자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사회 기여에 열정적인 박애주의자로 통했고, 다수의 비영리기관 이사로도 활동했다. 특히 사원들에게 후한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1999년 해리 마코폴로스(Harry Markopolos)라는 금융 애널리스트가 그의 장기 투자 수익을 분석한 결과 “합법적으로,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실적”이라는 결론을 얻은 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보했지만 SEC는 형식적인 조사로 그의 신고를 사실상 묵살했다. 그는 2005년과 2007년에도 보강된 증거를 제시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메이도프의 사기를 드러낸 것은 2007, 2008년의 금융위기였다.

2008년, 70억 달러에 이르는 고객 환매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궁지에 몰린 그는 12월 9일 1억7,300만 달러 상당의 직원 보너스 지급 계획을 밝힌다. 그의 아들 마크가 다음 날 찾아가 경위를 묻자 버나드가 “이제 끝났다”고 “모든 게 거짓말(big lie)이었고, 이제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월가 최대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가 그렇게 무너졌다.

피해액은 최대 650억 달러로 추정됐으나 법정관리이사회는 실제 손실액이 180억 달러 선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중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의 ‘인류를 위한 재단’, 프로야구팀 뉴욕 매츠와 프로풋볼팀 필라델키아 이글스의 전 구단주,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 소유주, 상하원 주요 정치인, 영국 HSBC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망라돼 있었다.

2009년 3월 2일자 뉴욕매거진 표지. '악당' 메이도프가 조롱어린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2009년 3월 2일자 뉴욕매거진 표지. '악당' 메이도프가 조롱어린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당시 언론은 충격적 소식을 전하며 SEC를 성토했고, 투자자의 ‘탐욕’도 함께 비판했다. 메이도프는 범죄자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투자자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고수익에 눈 멀어 앞뒤 안 잰 결과라는 거였다. 프리드먼은 “나는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필수 동력인 저 동물적 정신(animal spirits)을 죽이고 싶지도 않고, 그것에 먹히고 싶지도 않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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