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사전 조율 등 없어 진통 예고
남북관계의 포괄적 현안을 전방위로 논의하는 당국회담이 8년 만에 1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다. 2007년 남북 장관급 및 총리 회담 이후로 중단됐던 정례회담이 가동되는 만큼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협상 트렌드로 자리잡은 무박 마라톤 협상이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번 회담의 명칭은 제 1차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으로,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정례회담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고위급접촉과 지난 8월 고위당국자 접촉 등이 성사되긴 했으나 이산가족 상봉과 DMZ(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이라는 긴급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1회성 만남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2007년 이후 8년 간 남북관계의 묵혀둔 현안을 다 꺼내놓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별도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데다 각자 최우선과제로 삼는 관심사 자체가 달라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는 만큼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이란 전망이다. 때문에 현 정부 들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무박 밤샘 마라톤 협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회담 대표단은 오전 10시 30분부터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양측 수석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협상 의제를 밝히게 된다. 이후 양측은 따로 점심식사를 해결한 뒤 2시 30분부터 회담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협상장 분위기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보다는 향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상견례 성격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측이 공을 들이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해 북한이 공감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주고 받아야 하는 협상의 반경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차기 회담 일정 또는 회담 하부 기구 등을 합의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문제의 경우 양측이 조속히 해결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뒤 적십자 회담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별도의 실무회담 기구를 꾸려 논의하는 방안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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