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 국회에서 경상도 출신 부의장이 ‘소나무 재슨충병 턱별법’이라고 발음하여 웃음이 터진 일이 있었다. ‘재선충’이 ‘재슨충’이 되고 ‘특별’이 ‘턱별’이 되는 것은 모음의 차이가 사투리 특성을 만드는 경우이다. 이어서 ‘쌀’이 ‘살’로 발음되고 ‘소싸움’이 ‘소사움’으로 발성되는 경우는 쌍시옷을 다르게 발성해 사투리의 특징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음이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분 짓는 현상은 이태리어와 헝가리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영어에서는 대부분 모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어에서 자음을 비표준 발음으로 만드는 경우는 미국 동부 Boston 남부 억양이나 동북부 극단의 Maine주 동남단 지역에서 ‘I pahked my cah in the yahd’같은 r 발음의 생략(non-rhotic)이 있다. 이는 r음의 특성상 사실은 모음 단순화 현상이기 때문에 모음 발성이 표준-비표준을 구분하고 speaking과 hearing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대신 영어에서 자음 발음이 특이하게 들리면 이는 잘못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w는 반모음처리를 하는데 ‘Where?’라는 발음을 현대 영어에서 보통 ‘웨어’라고 한다. 그런데 간혹 ‘훼어’라고 하는 원어민이 있다. What을 ‘웟’이 아닌 ‘훳’, white을 ‘와잇’이 아닌 ‘화잇’이라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Wine발음을 잘못하면 whine(징징짜다)이 되기도 한다. Weather와 whether, wear 과 where에서도 w와 h가 겹쳐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사실 Wales와 whales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whisky를 ‘휘스키’로 발성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러면 위스키의 원조 Scotland에서 whisky의 발음은 어떻게 할까. Wine과 whine발음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Scotland에서는 이를 혼동하는 발음이 거의 없다. Who나 whole의 경우 w음은 발성하지 않고 삼키는 발음이고 대신 h음을 강하게 발성한다. W음을 단순 자음 처리하는 것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 지식층에서 이 발음을 많이 하면서 정착된 영향도 있다. Wh에서 w음을 생략하듯 발음하는 것은 Scotland, Ireland 그리고 미국에서 흔한데 주로 지식층에서 하는 발음이다. What을 ‘웟’으로 발음하면 캐주얼 발음처럼 들리는 반면 ‘웟’과 ‘훳’의 중간음으로 발성하면 wh 두 가지 음을 충실하게 발성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소위 wine-whine merger는 w음과 wh음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처럼 발성하는 것인데 현대 영어에서 whine의 발음을 ‘화인’처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가 ‘whine’을 ‘와인’으로 발성하는데 옳은 발음은 아니지만 편의상 대중화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이광희’를 ‘이광이’라고 ㅎ을 생략하여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발음의 차이가 영어권 사회의 배경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발음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 몇 차례 더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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