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국일보에 ‘나쁜 취향’이란 제목의 칼럼을 연재한 적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 영화 음악 등에 대한, 그야말로 편벽된 ‘취향’의 나열이었다. 통상의 시스템 안에선 잘 운위되거나 향유되지 않는, 이른바 나만의 ‘컬트’들을 주로 얘기했었다. 어렵다는 반응도,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던 걸로 안다. 일반 대중의 취향과는 멀었던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나는 더 외곬로 갔다. 그게 옳다고 여겼고, 그것 말고 내가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러곤 10년이 지났다. 그때 얘기했던 취향들이 여전히 즐기는 것과 조금은 잊어버린 것들로 양분되어 다른 구도를 갖는 느낌이다. 내가 외면하거나 귀 닫고 있었던 것에 대해 감각이 열리기도 했고, 홀로 파고들던 취향의 토굴을 스스로 폐쇄한 부분도 있다. 죽 밀고 가야 하는 것과 방향을 바꿔 받아들이고 섬세하게 제고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전체적인 통각이 새삼 과민해진 느낌이다. 그러면서 어떤 자기만의 굳은 고집 안에서 끝끝내 자신을 다지려는 주변 사람들을 본다. 주로 동료 예술가나 그 비슷한 부류의 친구 또는 후배들이다. 무슨 옳고 그름을 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이에겐 좁아 보이는 길이 어떤 이에겐 자기만의 광활한 우주일 수 있다. 그 안에서 스스로 탈각할 수 있다면 살면서 자신만의 궁극의 질문 하나 선취한 게 된다. 다들, 응원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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