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3만6,150원에서 출발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1만4,250원까지 주저 앉았다. ELS 상품이 많이 팔리던 3년 전 15만~17만원과 비교하면 바닥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여전히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ㆍ연합뉴스
약 1조 2,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여전히 반등이 힘겹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원투수를 자처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친 모양새다. 그 동안의 주가 하락으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률은 무려 90%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이 상태라면 유상증자 실패 땐 상장 폐지에 직면하게 된다. 관건은 해외 잠재 부실 여부다.
● ELS 동반 추락 90% 손실…투자자들 '망연자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급락하면서 관련 ELS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ELS는 쉽게 말해 주가나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주가와 연계되다 보니 주가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이달부터 줄줄이 만기가 다가오는 삼성엔지니어링 기초자산의 ELS 손실률이 90%에 달한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삼성엔지니어링 관련 ELS는 모두 41개로 발행액은 510억원이다. 이 가운데 19개가 내년 1월 말이 만기다. 발행액만 302억원에 달한다. 이들 ELS는 기초자산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15만4,000∼17만4,000원대에서 발행됐다.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발행 당시 기준가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결국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관련 ELS들은 줄줄이 90%대 손실을 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ELS관련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 삼성 최초 직원 무급 휴직…사옥까지 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난 7일 유상증자 결정 후 요동치고 있다. 10일 장 초반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4.63% 내린 1만3,4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더니 장 막바지 간신히 반등해 1만4,250원으로 전날 대비 200원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 판매된 삼성엔지니어링과 연계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의 경우 발행 당시 기준가 15만~17만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현재 주가는 바닥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부회장은 지난 7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과정에서 미청약분에 대해 3,000억원 한도로 유상 증자에 참여한다고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발표했다. 이 효과 덕분인지 그 다음날인 8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3.98% 급등했다. 하지만 9일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여전한 모습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등 해외사업 부실로 올해 3분기 약 1조 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8,569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1.2%나 줄었다. 2011년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헐값으로 수주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저유가 기조로 자금난에 몰린 중동국가들이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 공사운영 미숙 등도 대규모 손실에 영향을 끼쳤다.
이 여파로 1조334억원이던 자본총계가 -3,7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상 증자에 실패하면 상장 폐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다급해진 삼성엔지니어링은 본사 사옥을 팔고 삼성그룹 계열사 중 최초로 전 직원 대상 무급 순환휴직도 실시하는 등 긴축경영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 해외 잠재 부실 여부가 관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정상화 과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만연하다.
관건은 드러나지 않은 해외 잠재부실 규모다. 해외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다고 하지만 건설ㆍ증권업계는 대형 건설사들이 아직도 최대 12조원대의 해외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서 수주한 문제의 사업장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 문제 사업지 부실 규모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공사비를 쓰고도 받지 못한 미청구 공사금액도 문제다. 잠재 부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끝까지 받지 못 받으면 손실이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5개 주요 업체의 9월 말 기준 미청구 공사금액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잠재부실 멍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2년 전에도 해외 잠재 부실을 다 털어냈다고 이야기했지만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다 털어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기에 나선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이 불황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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