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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보험업계, 박대동만 믿었는데…

입력
2015.12.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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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회 벽 못 넘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층 빌라 난간에서 추락한 딸의 수술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해 딸이 하반신 마비판정을 받게 한 어머니. 10년 전 실손보험금을 받고 난 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자녀까지 동원해 10년간 123회에 걸쳐 입ㆍ퇴원을 반복한 일가족.

모두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입니다. 최근 들어 보험사기는 이처럼 단순히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사고내용을 조작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멀쩡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들고 일가족의 삶을 파탄 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보험사기의 파급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범죄에 악용되며 허투루 쓰인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1인당 7만원, 가구당 20만원 가량(금융감독원 추산)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킵니다.

이 때문에 2013년 2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 특별법)을 발의했을 당시 보험업계는 환호했습니다. 보험사기특별법은 일반 사기죄와 별도로 ‘보험사기죄’를 별도로 신설하고, 범죄 금액이나 사건의 경중에 따라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기존에는 보험사기가 발생해도 ‘사기죄’로만 적용이 돼 크게 처벌받지 않았는데 이 점을 보완한 겁니다. 실제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범의 징역형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범(45.2%)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들끓음과 동시에 사기꾼들의 수법은 날로 대범해졌죠. 이에 업계는 보험사기를 가중처벌하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보험사기=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 예방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특별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아직 정무위원회 법률심사소위에서조차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법안 발의 당시 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 쪽에서 기본법에 해당하는 형법개정법안이 발의되면서 박대동 의원 측은 보험사기특별법의 법률심사소위 상정을 미뤘습니다. 보험사기특별법에도 개정된 형사법을 반영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해당 형법개정법안은 상임위 내 여러 반대에 부딪히며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이에 박대동 의원은 2013년 하반기부터 보험사기특별법을 다시 추진했고 올해 초부터 여야 간의 본격적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법안은 제법 많이 수정됐습니다. 소비자 보호 측면이 약하다는 일부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보험사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기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거절하지 못하도록, 해당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또 금융당국의 조사권한을 확대해 필요하면 당국이 공공기관 등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혐의자를 불러 직접 조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방면으로 보완작업을 마친 보험사기특별법은 여야 간의 잠정적인 합의를 이뤄냈고, 지난달 말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다시 한 번 상정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드디어’ 정무위에서 통과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한껏 들떠있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기특별법은 예상 외의 난관에 봉착해 결국 본회의가 끝나는 9일까지도 정무위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노동개혁 5법 등 쟁점법안에 밀린 겁니다. 이 때문에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무적인 준비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비록 정기국회는 끝났지만 이달 내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쟁점법안의 통과 여부가 관건입니다. 이 법안들이 여야 대타협으로 통과되면 보험사기특별법을 큰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이 때도 통과되지 않을 경우입니다. 내년에는 총선, 내후년에는 대선이 있어 보험사기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사기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박대동 의원이 ‘비서관 월급 상납’ 의혹에 휩싸이며 ‘박대동 리스크’까지 불거졌습니다. 법안 발의자의 개인적인 사정이 법안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꺼림칙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다른 일에 휩쓸려 법안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업계는 매우 애를 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보험사기는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개인 뿐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사회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보험사기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그에 따른 범죄 피해규모도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그 사정은 국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업계의 사정을 뼛속까지 훤히 아는 보험맨을 국회의원으로 출마시켜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괜한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은 않는 이유입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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