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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수배·조계사 은신·자진출두까지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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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수배·조계사 은신·자진출두까지 6개월

입력
2015.12.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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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시한 12월 6일' 넘겨 머물다 피신 24일 만에 출두

조계사서 2차 민중총궐기 독려…조계종 '중재'로 기자회견

조계사에 25일째 은신 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기에 앞서 조계사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조계사 관음전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사에 25일째 은신 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기에 앞서 조계사 화쟁위 도법스님과 함께 조계사 관음전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수배자 신분으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이틀 뒤 조계사로 들어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24일 만인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한다.

총궐기 집회 전부터 한 위원장은 쫓기는 몸이었다. 그는 올해 노동절(5월 1일)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6월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수배자가 됐다.

한 위원장은 작년 5월 2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에 계속 출석하지 않자 법원은 지난달 그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그는 이후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사무실에 몸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한 위원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차 총궐기 집회가 열린 지난달 14일이었다. 그는 민노총 조합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회에 참가해 대회사를 낭독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찰은 폭력시위로 얼룩진 그날 집회의 책임자로 한 위원장을 지목하고 검거전담반 인력을 늘리는 등 본격적으로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그는 집회 때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자", "내가 책임질 테니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등의 발언을 하며 폭력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어 과거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중재한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신변보호와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는 한 위원장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경찰은 바로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차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참가자들을 대거 수사선상에 올리고 당일 한 위원장 검거를 막은 '사수대' 조합원 등을 구속하는 등 외부에서 압박을 가해왔다.

이어 11월 21일에는 민노총 본부를 포함, 총궐기 집회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주도하고 한 위원장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8개 단체 사무실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 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달 5일 2차 총궐기 집회를 독려하는 등 대정부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가 '노동 개악' 시도를 중단하고 2차 집회가 보장되면 거취를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계종 화쟁위의 중재 요청에 한 위원장의 신병 문제는 화쟁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2차 집회가 가까워지면서 경찰과 진보단체 간 긴장도 높아졌다. 경찰이 2차 집회'를 금지하자 진보단체들은 집회 강행 입장으로 맞섰다. 정부는 '복면 시위'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하는 등 전방위로 민노총을 압박했다.

2차 집회를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에는 한 위원장이 큰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일부 조계사 신도회 관계자들이 나서 한 위원장의 퇴거를 종용하며 몸싸움까지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의 옷이 일부 찢어지기도 했다. 그는 옷을 스스로 벗어 던져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신도회는 논의 끝에 한 위원장에게 이달 6일까지 말미를 주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단체들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5일 집회는 합법적으로 개최됐다. 5만명(경찰 추산 1만4천명)이 참가한 당일 집회는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한 위원장은 현장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11월 14일 우리 민중의 투쟁은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했다.

집회가 끝난 5일 밤부터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을 만나 그의 거취를 논의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신도회가 제시한 시한인 6일까지도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경찰은 1차 집회 때 벌어진 폭력시위에 대해 형법상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재차 압박에 들어갔다.

다음날인 7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나가겠다"는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왔다. 그는 애초 6일까지 퇴거하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찰은 최후통첩을 날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위원장에게 "8일 오후 4시부터 24시간 안에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을 강제집행하겠다"고 밝히며 자진출두를 요구했다.

경찰이 제시한 시한인 9일 오후 4시까지도 한 위원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은 조계종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력을 조계사에 대거 투입, 한 위원장이 머물던 관음전 입구를 확보하고 체포작전에 들어갔다.

경찰이 관음전 문에 걸린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기 직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사태는 급반전됐다.

자승 스님은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작전 중단을 요청했고 경찰은 내부 논의 끝에 작전을 보류했다.

한 위원장은 결국 이날 자진출두 형식으로 조계사에서 나오기로 했다. 민노총도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어 격론 끝에 한 위원장의 결단을 수용했다.

한 위원장은 관음전 밖으로 나와 대웅전에서 절을 올린 뒤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입장을 밝히고 경찰차에 몸을 싣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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