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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아침을 여는 시] 금슬(錦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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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아침을 여는 시] 금슬(錦瑟)

입력
2015.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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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는 아버지의 생애를 일흔여덟 송이의 꽃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새가 지저귀는 아침나절/ 당신의 78세를, 78송이의 겨울 꽃을/ 햇볕에 겨우 내놓으셨다.” 이 시구만큼이나 멋진 표현을 당나라 시인에게서 발견합니다. 그는 지나간 세월을 비파의 현에 비유하네요. 50세가 50개의 현들로 울린다면 한 해 한 해가 얼마나 아름답겠어요.

그런데 이 아름다움에는 온갖 음색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팔랑이던 매혹의 미몽도 있고 촉나라 황제 두우(杜宇)처럼 남의 아내를 흠모했던 욕망의 회한도 있어요. 시인은 그 강렬한 마음들을 단단하고 빛나는 보석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회한과 슬픔이 인생의 보석이 된다는 것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습니다. 진주같이 단단한 슬픔도 달빛 서늘한 계절이 지나면 한 방울의 눈물처럼 액화되고, 옥돌 같은 사랑의 견결함도 햇볕 따스한 계절이 지나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기화된다고 하네요.

우리가 이 사유의 격조에 찬탄을 금치 못할 즈음, 시인의 자그만 탄식이 들려옵니다. 그런 시간의 섭리를 다 알지만, 다만 그때는 이것들로 너무 마음이 아팠다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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