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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이동국-김병지, 엇갈린 레전드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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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이동국-김병지, 엇갈린 레전드 예우

입력
2015.12.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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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구단과 선수는 일종의 비즈니스 관계이지만, 둘 사이를 계약으로만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선수는 구단을 신뢰하고, 구단은 선수를 배려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양측간의 끝맺음도 좋아야 한다. 구단은 마지막을 예고하는 레전드에게 예우를 갖추곤 한다. 구단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은퇴의 기로에 선 레전드에게 연장계약을 제시하거나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곤 한다.

올 겨울 프로축구 K리그의 두 레전드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 이동국(36)은 지난 8일 전북 현대와 2년 연장계약을 맺었다. 전북은 "이동국이 2017년까지 9년간 전북과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양측은 '2년'과 '1+1년'을 놓고 협상을 이어왔으나 전북은 결국 구단 레전드인 이동국에게 한 발 양보했다.

반면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병지(45)의 말년은 씁쓸하다. 그는 지난 4일 전남 드래곤즈로부터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단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한 가닥 희망을 거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구단은 결국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았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김병지의 잔류를 위해 그와의 재계약을 구단에 요청했지만, 구단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전남은 24시즌 동안 리그 706경기를 소화하고,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올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30실점(경기당 1.11실점)만 한 전설의 골키퍼를 그렇게 무심하게 떠나 보냈다.

국내외 사례를 찾아봐도 레전드가 예우 받은 경우는 드물지 않다. 차두리(35)는 지난해 12월 FC서울과 1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는 그 해 9월 현역 은퇴를 고심했으나 구단의 설득으로 결국 한 시즌을 더 뛰기로 했다. 당시 구단은 차두리와의 재계약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레전드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후한 대우를 받는 사례는 더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첼시는 팀에 잔류하고 싶다는 베테랑 존 테리(35)의 의사를 흔쾌히 수락하며 1년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미우라 카즈요시(48)는 지난달 소속팀 요코하마의 배려로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 연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구단은 미우라에게 예우를 갖췄다. 미우라의 등번호가 11번인 점을 고려해 11월 11일 11시 11분에 연장 계약 사실을 알린 것이다.

770경기 출전을 목표했지만, 김병지는 이제 현실적으로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성룡과 김승규 등 K리그 간판 골키퍼들이 일본 J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국내 타 구단 이적이 좀더 수월해질 수도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나이다.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감독들 입장에서는 자신과 연배가 비슷하다 보니 그의 영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전드에 대한 예우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물론 김병지를 떠나 보낸 전남 구단을 전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구단에 남다른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별의 방법을 놓고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단은 김병지와의 소통을 통해 보다 현명하고 멋들어지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전남은 김병지와의 이별 과정에서 협상과 대화의 방법보다는 '통보'를 택했다.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세월 동안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활약한 김병지는 한 순간에 떠돌이 신세가 됐다. K리그의 역사도 조금은 무시당한 느낌이다.

사진=김병지-이동국(아래, 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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