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릿수 배당은 사회적 혼란만…’
정책연구 제시액 10만원보다 낮아
市 “예산부담… 액수 확대 등 검토”
‘청년=흡혈박쥐’ 비유 보고서도 논란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정책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가 책정한 월 10만원 미만의 배당금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미 자체 정책연구에서조차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책연구는 박쥐도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데 지원받은 청년들이 사회에 환원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 비유의 적절성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9일 성남시가 올 6월4일부터 8월31일까지 3개월여 간 진행한 ‘청년배당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1인당 월 배당금으로 두 자릿수인 10만원이 제시됐다. 성남시 청년들의 월 근로소득으로 조사된 50만원과 재량 지출액(60만원)의 차이를 최소 보장금액으로 본 것이다.
보고서는 “배당금의 자릿수 차이는 수혜자 입장에서 크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정책 효과가 불투명하게 되면, 청년 수급자들의 강력한 선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정치적 논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의계약 한도액인 2,000만원에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와 사단법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소속 이상동 연구원 등 2명이 맡아 수행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보고서가 제시한 하한선보다 낮은 월 8만3,300원(연간 1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내년 24세(1만1,300여명)부터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고서가 ‘한 자리 수를 받을 때 (수혜자들이) 수치심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런 의견이 배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천연자원에 기초한 미국 알래스카 주 등 선진국의 배당 정책과 달리 재정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려는 성남시의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는 예산부담이 커 재정여건 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배당금 확대 등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당금을 받는 청년을 ‘흡혈박쥐’에 비유한 보고서 내용도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수혜자들의 사회 환원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논리로 ‘흡혈박쥐’실험을 거론했다. 동물학자 제럴드 윌킨슨(Gerald Wilkinson)의 이 실험은 다른 박쥐로부터 피를 받은 박쥐는 도움을 준 박쥐에게 다시 피를 나눠주는 의리 있는 행동을 보였다는 게 그 내용이다. 보고서는 ‘사회가 먼저 이타적 행위를 보이면, 청년들은 세금을 더 잘 낸다든지 투표를 더 열심히 한다든지,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하는 등의 방식으로 되갚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비유가 부적절하다는) 그런 지적이 있었지만, 연구진의 의견이라 그대로 담았다”고 해명했다. 성남시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조례를 만들고 내년 예산안에 사업비 113억원을 반영했으나 정부는 이를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함께 ‘포퓰리즘 복지’로 규정, 반대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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