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 켠에서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1,000원대 저가 커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반대로 차별화된 맛을 즐기려는 커피 애호가들이 즐기는 1만원대 고급커피인 스페셜티 커피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저가 커피 바람을 주도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선보인 1,000원대 저가 원두 커피 판매가 최근 1년 사이 30~ 70% 급증했다.
2011년부터 원두 커피를 선보인 CU는 지난 2일 전국 4,000여개 점포에서 아메리카노를 는 1,200원, 카페라떼를 1,500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CU관계자는 “2013년까지 10% 중반대를 보였던 저가 커피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올해 11월 현재 3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GS25도 저가 원두 커피로 재미를 보고 있다. GS25는 전국 3,200여개 점포에서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원두 커피 매출 증가율이 11월 현재 70%대로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저가 원두 커피 시장에 진출한 세븐일레븐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초 선보인 1,000원대 아메리카노 2종이 하루에 평균 30잔 이상 팔려 나간다”며 “저가 원두 커피를 취급하는 매장을 기존 600여개에서 연말까지 1,000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급 제품인 스페셜티 커피 역시 상승세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평가에서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커피를 말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상위 10% 이내만 여기에 해당된다.
스페셜티 커피 붐은 국내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현재 전국 51개 매장에서 1잔당 6,000~1만2,000원인 ‘스페셜티 커피 리저브’ 코너를 운영 중이다. 이 곳 매출이 일반 커피 매출보다 40% 이상 많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스타벅스 스페셜티 커피 리저브에서 판매된 제품이 지난달 11일 기준으로 50만잔을 넘어섰다”며 “스페셜티 커피 리저브를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외에도 홀리스 커피클럽, 테라로사,위트러스트커피 등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 커피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상기 위트러스트커피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열린 국내 커피 시장은 믹스 제품 위주의 1세대를 시작으로 원두커피 중심의 2세대를 거쳐 현재는 저가와 고가로 양분된 3세대로 접어들었다”며 “커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어중간한 맛보다 가격이나 맛에 따라 확실하게 나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나타나는 대중들의 소비 심리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귀 연세대 상담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경기 침체기에 극대화되는 스트레스 해소를 극단적인 식욕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다”며 “커피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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