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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조계사 25시… 최악의 충돌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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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조계사 25시… 최악의 충돌은 피했다

입력
2015.12.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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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00여명 오후2시30분 조계사 진입

관음전 출입구 막아서는 스님ㆍ종무원들과 물리적 충돌

오후5시10분 경찰 영장 집행 예고하자 자승 총무원장 긴급회견 중재로 일단락

9일 저녁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조계사 관음전 주변을 경찰들이 통제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9일 저녁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조계사 관음전 주변을 경찰들이 통제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퇴거 시한으로 정한 9일로 접어들자 서울 견지동 조계사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13년 만에 또다시 공권력에 조계종의 ‘성지’를 내줄 수 없다는 조계사 측과 체포영장 집행을 강행하려는 경찰 사이에 종일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이날 최후통첩의 마지노선인 오후 4시가 다가오면서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입구는 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1,000여명의 경찰과 경내 진입을 막으려는 조계사 스님ㆍ종무원,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오후 2시30분부터 사전 배치된 600여명에 더해 400여명의 경력을 추가로 투입, 조계사 관음전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계사 측도 경내에서 관음전으로 통하는 2층 구름다리를 철거하면서 경찰의 진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조계사의 정문 격인 일주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력이 절 내부로 진입했고, 조계사 관계자들은 급히 관음전 1층 출입문 주변을 봉쇄했다. 조계종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을 포함한 스님과 종무원 200여명은 관음전 1층 출입문 3곳을 각각 몸으로 막으며 ‘인간띠’를 만들었다. 일부 신도들도 ‘평화적으로 해결합시다’ ‘공권력 투입반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대열을 정비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후 3시가 되자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본격적인 한 위원장 검거 작전에 들어갔다. 우선 조계사 집결을 예고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의 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혹시 모를 한 위원장의 투신 등에 대비해 관음전 건물 주변에 매트리스도 겹겹이 쌓았다. 경찰은 오후 3시40분쯤 조계사 관계자들을 팔과 어깨를 당기는 방식으로 끌어내 15분 만에 1층 출입구 동선도 모두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조계사 직원 박모(40)씨가 갈비뼈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등 양측간 크고 작은 마찰이 생겨 분위기는 일순 험악해졌다. 여경의 팔에 붙들려 쫓겨난 한 여성신도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가운데)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정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거취가 해결될 때까지 경찰과 민주노총 모두 행동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가운데)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정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거취가 해결될 때까지 경찰과 민주노총 모두 행동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곧바로 강신명 경찰청장 주재 하에 긴급 회의를 갖고 30여분 뒤 자승 총무원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조계사에 배치된 경력도 오후 6시30분쯤 대부분 철수했다. 전날 오후 4시 경찰의 최후통첩을 시작으로 긴박했던 조계사의 ‘25시간’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조계종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제안이 들어올 경우 경력 투입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고, 자승 스님의 발언이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계사 주요시설 및 경찰배치 시간대별 상황
조계사 주요시설 및 경찰배치 시간대별 상황

경찰과 조계종의 극적 합의에 따라 일시적인 평화는 찾아왔지만 조계사 주변의 경색된 분위기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한 위원장의 검거작전에 항의하기 위해 조계사 인근에 결집한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명과 불교단체 회원 등 300여명은 오후7시부터 2시간 가까이 일주문 앞에 모여 법회를 열고 경찰의 강제 진압을 규탄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우희종 대표는 “공안혐의도 살인혐의도 아닌데 경찰이 공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조계사를 방문해 “2,000만 노동자의 대표를 불자의 도량으로 품어달라”고 호소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 역시 조계사를 찾아 “한 위원장의 영장집행을 환영한다”고 맞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경준기자 fred@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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