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야마하뮤직코리아 스튜디오. 공연 포스터에서 보인 그 환한 미소는 포토샵의 농간이었을까. 네 명의 연주자들은 하나 같이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굳는다. 악기를 미장센 삼아 일렬로 서보라는 주문에도 바득바득 악기조율부터 하더니, 의자에 앉아달라는 요구를 받자 그냥 연주를 시작해 버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8년차 현악사중주 밴드, 노부스콰르텟이다. 김재영(30ㆍ바이올린)을 리더로 김영욱(26ㆍ바이올린), 문웅휘(27ㆍ첼로)가 2007년 팀을 결성했고, 2009년 이승원(25ㆍ비올라)이 합류했다.
“이렇게 낯가림이 심해서야 오빠부대 앞에서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오빠부대) 진짜 없어요, 몇 분(밖에)”(김재영)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도 최근 몇 년 간 부쩍 높아진 실내악 인기에 “우리가 한 역할이 있다”(김재영)는 자부심도 은근슬쩍 내비칠 만큼은 여유가 생겼다.
결성 때부터 꽃미남 밴드, 클래식계의 F4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이들은 2012년 ARD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 지난해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이승원) 순항을 거듭했고, 지난해 세계적인 매니지먼트회사 짐멘아우어와 전속 계약도 맺었다. 올 9월 세계 정상급 축제인 독일 베를린 뮤직페스티벌에 초청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 물꼬를 텄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안드리스 넬슨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최고의 오케스트라들이 참여한 이 음악회에 동양인 밴드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딱 걱정했던 만큼 떨렸다”(김영욱)는 이들은 내년에도 큰 무대들이 줄줄이 준비돼있다. 내년 봄 일본 산토리홀이 주최하는 실내악 페스티벌, 6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바흐페스티벌과 벨기에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3월에는 베베른의 ‘랑자머 자츠’, 베토벤 현악사중주 11번,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과 아리랑을 녹음한 앨범이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로 발매된다.
실내악팀과 솔리스트로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이들은 세계적 규모의 페스티벌보다 고국 무대가 훨씬 더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1년 9개월 만의 전국순회 공연을 앞둔 준비된 답변 같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문웅휘)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해외에서는 신인그룹으로 소개돼 부담이 적은데, 국내 연주회는 저희가 얼마나 성장했나를 기대하면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선생님부터 블로거까지 아주 부담스럽죠.(웃음)”(이승원) 12일 안산을 시작으로 15일 천안, 17일 광주, 21일 서울까지 ‘부담스러운 공연’이 이어진다.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걸 즐기려는 듯, 서울 공연은 실내악팀으로 드물게 2,523석의 대극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무대로 선택했다.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를 비롯해 그리그의 현악사중주 1번 등 공연장에 맞춰 연주곡도 규모가 큰 작품으로 준비했다.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 멘토’도 연주한다. (02)338-3816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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