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조계사 강제 진입 시도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은 강력 반발했다. 종무원 등 종단 관계자들과 스님 등 300여명이 “공권력의 총본산 진입 시 육탄저지를 불사하겠다”며 조계사 관음전 앞을 지켰고, 중재기구 화쟁위원회에 사안 전권을 일임해온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영장 집행 중단을 요청했다. 조계종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토록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공권력 진입은 불교계를 짓밟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종단이 나서서 경찰을 물러서게 만든 것이다.
9일 오후 경찰의 영장집행이 가시화하자 조계종 종무원과 스님 300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으로 가 경찰력의 사찰 경내 진입을 만류했다. 종단의 한 스님은 “안팎의 다양한 요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종단이 이번 사안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는데 이렇게 양 측이 사찰에서 극과 극의 대치로 맞붙어서야 되겠냐”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갈등 속에서도 상대를 증오하거나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데 한 위원장과 경찰 측 모두 이 점을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사흘 째 밤새 이어진 한 위원장의 설득 작업에 상당히 심신이 지친 상태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력 투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직접 막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에 직원, 신도, 스님들이 관음전으로 향해 기다려달라 호소했다”며 “정작 자비심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바래온 것은 신도들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종단 안팎에서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강제 진입할 시 사태는 전 종단의 대정부 투쟁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치 과정에서 일부 종단 직원이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종단 행정부 최고수장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까지 나서 자제를 요청했다. 자승 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내일(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할 테니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조계종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그는 “종단은 상생과 원칙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영장집행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이 10일 정오로 구체적 해결 시한을 못박은 것은 한 위원장의 자진출두 설득 작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종단 관계자는 “도법 스님과 변호인단이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만큼 10일에는 자진 출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입장이 어느 정도 조율돼, 우선적인 영장 집행 연기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교시설에 경찰력 투입이 시도된 것은 13년 만이다. 첫 공권력 투입은 1995년으로 경찰은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진입해 한국통신 노조간부 13명을 연행했다. 98년에는 농성 중이던 현대중기산업 노동자 200여명이 조계사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내에 진입했고, 가장 최근은 2002년 3월로 발전노조원 7명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에 투입됐다 비난을 샀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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