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독재정권 시절 공공연히 자행돼 오던 미디어 검열이 박근혜 정부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소속 기관을 통한 여론 통제 수준이 심각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여론통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방통위의 방송평가 기준 강화,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현 정부 들어 시도된 미디어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춘효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미디어를 교묘하게 이용했듯 박근혜 정권도 방송과 인터넷 통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강사는 정부 산하 위원회를 통한 검열강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최근 언론중재위원회(언론중재위)가 기사는 물론 댓글까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떤 근거로 시민들의 의견을 삭제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통치자의 의견에 반하는 어떤 의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전체주의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0월 언론중재위는 ‘인격권에 근거한 기사 삭제 청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기사 삭제를 원하는 피해자가 언론중재위에 조정ㆍ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기사 삭제 청구가 빈번해져 언론 보도활동 등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현식 건국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이미 어떤 국가보다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규제가 많은 편”이라며 “사법부가 갖는 기사 삭제 권한을 행정기관이 갖는 것은 과도한 권력기구화의 가능성이 있어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고려대 인터넷투명성보고팀의 손지원 변호사는 “현재도 당사자 및 대리인의 심의 신청으로 충분이 해결되고 있는 것을 굳이 제3자의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며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 대표 등 대부분 사회적 권력층이 지지자들의 신고를 통해 비판적 여론을 차단할 의도로 남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내년부터 공정성ㆍ객관성 심의에 적발된 방송사에 대한 벌점을 현행보다 1.5~2배 높이는 내용의 방송평가 개정안에 대해선 “선거를 앞둔 시점에 방송통신위의 언론통제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준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방송사들이 벌점을 피하기 위해 자기검열할 가능성이 있어 보도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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