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인 ㈜롯데가 최근 한국 롯데제과의 지분을 잇따라 사들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제과는 9일 공시를 통해 ㈜롯데가 롯데제과 지분 7.93%(11만2,775주)를 28일까지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매수 가격이 230만원이어서 총 매입 비용이 2,594억원에 이른다. ㈜롯데는 지난 4일에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롯데제과 지분 2.1%(2만9,365주)를 매입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이 한일 롯데의 협력관계를 굳건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는 ㈜롯데가 롯데제과와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로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여러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주사인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들을 연결하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19.29%), 롯데쇼핑(7.86%), 롯데푸드(9.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신 회장이 갖고 있는 롯데제과 지분이 8.78%에 불과해 부친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6.83%)과 신 전 부회장(3.96%)의 합친 지분보다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우호 지분을 넓혀 내년 3월 예정인 롯데제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더라도 밀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번에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인 일본의 ㈜롯데는 신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롯데의 롯데제과 지분 매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롯데가 신 회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전제 하에 지분을 매입했지만 만약 일본 롯데가 신 전 부회장측으로 돌아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신 회장은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롯데호텔을 내년 상반기 중 한국 증시에 상장시킨 다음 일본 롯데의 상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며 “조만간 상장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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