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공천 결선투표제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결선투표제가 지역에 따라 특정 계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룰’이라는 주장까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내에선 공천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6일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도입에 공감대를 이룬 결선투표제를 두고 “수도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현저하게 약화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수도권에서는 결선투표로 (막판에 1위) 후보가 뒤집어 진다면 나머지후보들이 선출된 후보를 지원하겠느냐”며 “두 번 경선해서 후보를 뽑는다는 게 과연 어느 나라에 있는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발언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우려하는 비박계의 이해관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간 비박계는 친박계의 주장대로 당원 의사를 50%까지 반영하게 돼있는 현행 공천 룰이 유지되면서 결선투표제까지 도입될 경우, 비박계를 ‘표적 낙천’시키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박심이 견고한 영남권에서는 친박계 신진 후보들이 연대해 당원 조직표를 끌어 모아 비박계 현역 의원을 상대로 막판 뒤집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당원 결집력이 약한 서울에선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후유증으로 당원 표가 분산되면서 되레 본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까지 나온 터다.
이 의원의 문제제기로 이날 회의에선 고성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친박계인 이장우 대변인이 이 의원을 향해 “아무리 선배지만, 그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반기를 들면서다. 이에 전략기획본부장이자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이 “배석자에 불과한 대변인이 중진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고 반박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이 대변인이 다시 “지금 당이 어떤 상황인데 이런 문제제기조차 못하느냐”고 맞받으면서 회의장이 소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가 “이 대변인이 잘못했으니 그만하라”고 제지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원유철 원내대표도“공천 룰은 특별기구에서 논의해 확정할 일”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이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날 설전은 국지전에 불과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날 30여명이 대거 회동한 친박계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지지하고 나섰다. 송년 오찬을 겸해 모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한 의원들은 결선투표제를 기정사실화했다. 향후 양 계파간 일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총괄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세세한 안은 공천 룰 특별기구에서 논의되겠으나 결선투표제는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서 이미 도입에 합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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