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형님이 살려주셨네요, 하하하.”
‘2015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5 Mnet Asian Music AwardsㆍMAMA)’ 제작을 총괄한 김기웅 Mnet 국장이 지난 2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김 국장의 언급처럼 시상식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인물은 홍콩스타 저우룬파(주윤발)였다. 1980~9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그가 천진난만하게 쇼를 즐기며 의외의 볼거리를 제공해서다.
저우룬파의 재치는 행사장 곳곳에서 빛났다. 검은색 턱시도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올해의 가수상’ 시상자로 나선 저우룬파는 수상자로 ‘뱅뱅뱅’을 부른 그룹 빅뱅을 호명할 때 총잡이 흉내를 내 눈길을 끌었다. 빅뱅의 히트곡 ‘뱅뱅뱅’ 노래 속 총을 쏘는 내용의 가사를 재치 있게 표현해 재미를 준 것이다. 저우룬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쇼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빅뱅과 함께 사진을 찍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빅뱅과 사진을 찍은 뒤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위아래로 흔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순진한 소년 같았다.
스크린 속 선글라스를 끼고 성냥개비를 문 카리스마 넘쳤던 배우의 반전은 계속됐다. 올해 예순이 된 배우는 이날 ‘말춤’까지 췄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다 무대 아래 출연자석으로 내려갔는데, 이 자리에 있던 저우룬파가 일어나 빅뱅과 싸이 등과 ‘말춤’을 춘 것이다. 저우룬파가 공식석상에서 춤을 춘 건 데뷔 후 처음이다. 김 국장은 “연배도 있고 워낙 스타라 우리가 따로 춤 추는 걸 부탁하지 못했는데, 우리도 춤추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상 소감을 제외하곤 다 저우룬파가 즉흥적으로 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저우룬파의 섭외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MAMA 관계자에 따르면 저우룬파의 출연료는 ‘0원’이다. 2009년 마카오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 홍콩에서 시상식을 하며 한국을 비롯해 중화권에서 한류 행사로 인지도를 높인 덕에, 저우룬파가 행사 취지에 공감해 대가 없이 시상자로 나섰다.
걱정했던 출연료의 벽은 넘었지만, 저우룬파를 무대 위에 세우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시상식 5개월여 전부터 저우룬파 섭외를 위해 공을 들였는데 그의 에이전시가 워낙 까다로워 무대 등장 등 조율과정에서 MAMA 제작진은 그의 출연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이 과정을 지켜 본 MAMA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 만나보니 굉장히 유쾌한 분이었다”며 “시상식에 아내도 함께 데려와 즐기는 모습을 보고 참 자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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