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가 K리그를 휩쓸고 있다.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유럽과 브라질 선수들을 끌어오던 중국이 한국 시장에도 눈을 돌리면서 한국이 ‘셀링리그’(선수들이 대거 다른 리그의 클럽으로 이적)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리그행 바람은 필드를 뛰는 선수와 지도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달 초 김상호(51) 전 19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2부 상하이 선신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장외룡(56)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은 다음달부터 중국 1부 리그 충칭 리판 감독으로 부임한다. 홍명보(4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중국 진출도 가시화 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 김승대(24)는 중국 1부 리그 옌볜FC 이적이 확정됐고, 제주 유나이티드의 윤빛가람(25)도 중국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선수 혹은 지도자의 중국행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97년 중국 조선족팀인 옌볜 오동을 맡은 고(故) 최은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차범근(62), 이장수(59) 등 많은 지도자들이 중국 팀을 맡았다. 김주영(27), 하대성(30)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일찌감치 중국을 선택했다. 최근 다시 중국 붐이 일기 시작한 데는 중국의 ‘축구굴기’와 ‘박태하 열풍’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62)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굴기’를 선언하며 축구계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클럽에서는 비용 대비 높은 성과를 내는 한국인 지도자와 선수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한국을 비롯, 실력파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 현대의 간판 스트라이커 에두(36ㆍ브라질)는 연봉 200만 달러(약 22억7,000만원)에 다년 계약을 맺고 중국 2부 리그 허베이로 이적했고,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은 지난 6월 장쑤 쑨텐 구단으로부터 50억원대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김승대의 옌볜 이적료는 2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구단에서는 쉽게 제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여기에 박태하(47) 옌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3부 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을 1부 리그로 끌어올렸고, 수원삼성에서 옌볜으로 이적한 하태균(28)이 2부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것도 한국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국내 자원의 중국 유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K리그의 침체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K리그를 빠져나가면 안 그래도 관중이 줄고 있는 국내 축구를 더욱 침체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K리그가 ‘셀링리그’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선수와 지도자들의 중국 진출이 오히려 한국 축구의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물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단은 선수를 보냄으로써 경영수지를 타개하고 새로운 스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문성 SBS 축구해설위원도 “중국의 한국인 영입은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이 크지 않고,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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