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생태운동가이기도 한 더글러스 톰킨스가 9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카약을 타던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향년 72세. AFP통신에 따르면 톰킨스는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카레라 호수에서 카약을 즐기던 중 돌풍으로 카약이 뒤집어지며 물에 빠졌다. 현지 라디오인 바이오비오 채널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빠진 톰킨스가 곧바로 칠레 해군에 의해 구조돼 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체온이 섭씨 19도까지 떨어지는 심한 저체온증으로 수 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톰킨스는 사고 당시 미국인 4명, 멕시코인 1명과 카약을 함께 즐기고 있었으며 바람으로 전복되면서 이들 모두가 물에 빠졌다. 톰킨스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무사했다.
톰킨스는 1964년 동업자와 아웃도어 의류 및 캠핑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를 창업했으며 4년 후엔 아내인 수지 톰킨스 부엘을 도와 의류 브랜드인 ‘에스프리’를 선보였다. 이들 부부는 1989년 이혼하기 전에 에스프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놓았다. 톰킨스는 1990년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 지분을 팔고 기업인의 자리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갔다. 칠레로 향한 그는 환경보호론자와 자선업자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칠레와 아르헨티나 접경 파타고니아의 땅을 사들이며 자연공원을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접경의 숲을 보호하기 위해 8,000㎢의 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 야생 동식물의 보고인 이베라 대습지를 매입해 아르헨티나 최초의 습지 국립공원을 만들어 정부에 제공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지난 11월 발행된 칠레의 잡지 ‘파울라’에 실린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톰킨스는 “칠레 정치인들이 자연공원 설립을 위해 땅을 사들이는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라며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마무리 짓기 위해 스스로 서둘러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그린 트러스트’운동을 해온 톰킨스는 환경운동이란 이름 아래 특정지역 땅을 싹쓸이 구매한다고 비판하는 여론과 맞서왔다.
한편 이날 노스페이스는 톰킨스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성명을 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톰킨스는 환경보호에 평생의 열정을 바쳤으며 다음 세대가 탐험할 장소들을 유산으로 남기고 먼 길을 떠났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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