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지난 8일 낸 4집 타이틀곡으로 사랑 얘기가 아닌 가정을 소재로 한 ‘홈’으로 정했다. 줄곧 사랑 노래를 내세워 왔던 나얼은 이례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 “사회적으로 가장 기본단계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 생각했다”며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만들었다”고 말했다. ‘홈’을 들어보면 ‘서둘러 사라진 많은 꿈을 다시 꿈꾸며 살 수 있나 문을 열어줘’란 가사가 나온다. 한 번 실패하면 회생 불가능한 ‘절벽사회’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집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노래해 위로를 전한 것이다. 이 곡은 9일 벅스, 네이버·올레뮤직 등 주요 온라인차트에서 톱5안에 올라 음악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캐럴과 댄스곡 등 흥겨운 노래가 유독 많이 쏟아지는 달이 12월이다. 크리스마스와 송년 행사 등 파티가 가득한 축제의 달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노래들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사로 잡기 위해 캐럴 대신 위로의 곡을 들고 나선 것이다.
가수 싸이도 지난 1일 7집 ‘칠집싸이다’에 ‘좋은 날이 올거야’란, 희망을 잃은 이들을 달래는 위로의 곡을 실었다.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인생 다시 살어’라는 노랫말을 로커 전인권이 노래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노래다. 싸이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이 나라 모든 이에게 힘이 될 노래”라며 7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았다. 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워낙 살기가 어렵다 보니 흥겨운 연말 노래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해외 음악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지난 11월 무고한 130여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 영향과 유럽의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 영향이 크다. 영국그룹 콜드플레이는 4일 낸 앨범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즈’의 수록곡 ‘컬레이도스코프’에서 인간의 포용을 노래해 감동을 줬다. 미국 조지아대학 영문학 교수인 콜맨 바크스가 낭독한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 ‘더 게스트 하우스’ 낭독을 활용했다. 곡 말미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찰스턴 교회 총격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설 중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삽입해 세상에 대한 포용과 추모의 뜻을 함께 표한 것이다. 1990년대 전설적인 록그룹 너바나 출신 데이브 그롤이 이끄는 푸파이터스도 “새로운 희망을 담고자 했다”며 ‘세인트 세실리아’란 미니앨범을 최근 공개했다. “파리 테러 후 새 음반 취지가 완전이 달라졌다”는 그롤은 이 앨범이 “노래가 세상을 치유한다고 믿는다”며 수록곡 5곡 모두를 그룹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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