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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스타워즈7'의 요란한 보안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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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스타워즈7'의 요란한 보안 유지

입력
2015.12.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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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배우 존 보예가,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J. J. 에이브럼스 감독.
9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배우 존 보예가,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J. J. 에이브럼스 감독.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10년 만에 돌아온 유명 시리즈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17일 개봉)가 꽁꽁 숨겨뒀던 얼굴을 드디어 공개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CGV여의도에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스타워즈7)의 하이라이트 격인 9분짜리 영상 시사회를 보기 위해 100여명의 취재진과 영화 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새로운 ‘스타워즈’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타워즈7’의 짧은 영상을 보러 영화관에 들어가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영화에 대한 보안유지 서약을 읽고 서명해야 했고, 동영상 촬영을 금한다는 명목으로 동영상 장비 휴대 여부를 알아 챌 수 있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했다.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회에 앞서 서명을 요구 받은 ‘엠바고 및 보안유지 서약’ 문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회에 앞서 서명을 요구 받은 ‘엠바고 및 보안유지 서약’ 문서.

보안유지 서약서에는 “본인은 루카스 필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배드로봇 프로덕션이 제공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풋티지 관람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서명합니다”로 명시돼 있었다.

이어 “금일 상영되는 풋티지는 루카스필름, 디즈니, 배드로봇의 소중한 자산이며, 보안상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한국시간 2015년 12월 16일(수) 오후 5시 이전까지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풋티지 에 관련된 리뷰와 영상의 자세한 내용들(특정 장면, 캐릭터, 플롯, 디자인 등)을 어떠한 형태로든 작성 및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이와 같은 보안유지 서약서는 유독 할리우드 영화 상영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도 시사회에 앞서 언론매체에 엠바고(보도 유예) 및 보안유지 서약을 받은 적이 있다. 스포일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10년 전 개봉한 ‘스타워즈3: 시스의 복수’의 시사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스타워즈3’의 시사회에 앞서 보안검색대가 설치돼 참석자들이 난색을 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벤져스2’와 ‘스타워즈3’는 100분 이상인, 온전한 영화 한 편을 공개하는 시사회였다. 보안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입장을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까.

하지만 단지 9분짜리 영상을 보기 위해 보안유지 서약을 하고 보안검색대 통과는 문제가 다르다. 보안검색대 통과를 위해 휴대폰과 영상기기를 따로 맡겨야 하고 가방까지 열어 내부 내용물을 확인시켜줘야만 했다. 얼마나 대단한 영상이길래, 어떤 엄청난 장면이 숨어 있길래 여러 과정을 거쳐야만 볼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관에 입장하니 전날 내한한 ‘스타워즈7’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들어와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영상”이라며 “액션이나 로맨스 등 모든 스토리의 감성을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은 영상이지만 아마도 그 이상으로 시간이 길다고 느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갖게 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CGV에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9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회에 앞서 보안검색이 진행됐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CGV에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9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회에 앞서 보안검색이 진행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타워즈7’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보안유지 서약을 하고 보안검색을 해야 할 만큼 엄청난 그림이 숨어있지 않았다. ‘스타워즈’하면 떠오르는 우주선의 추격 장면과 격파 장면이 펼쳐졌을 뿐이다. 한껏 기대감만 높여놓은 탓일까.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이 끝나고 난 뒤에는 곳곳에서 코웃음이 나왔다. “허무하다” “시시하다”는 반응이었다.

그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들에서 보여진 우주 공간을 그린 장면이나 전쟁 장면 등에 비해 특출한 그 무언가가 없었다. 물론 9분 영상이 120분 이상의 영화 한 편을 대신할 순 없다. 하지만 ‘스타워즈7’의 유난스러움에 대한 허무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하이라이트 영상은 한국에 처음 공개된 뒤 일본 멕시코 호주 등 4개국에서만 소개된다고 한다. 나머지 3개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보안유지 서약을 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9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타워즈7’이 바이럴 마케팅(입소문을 이용한 홍보)의 귀재 에이브럼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영화의 직접적인 홍보보다는 자극적인 포스터나 특정 장면을 담은 스틸, 내용을 알 수 없는 영상을 공개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프린지’ 시리즈에 이어 영화 ‘미션 임파서블3’와 ‘스타트렉’ 시리즈를 연출했던 에이브럼스 감독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자주 활용해 소위 ‘떡밥의 제왕’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그에게 이번 하이라이트 영상은 꽤 중요한 홍보 전략인 셈이다. 심지어 ‘스타워즈7’의 국내 언론시사회는 개봉 전날인 16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다.

글?사진=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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