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 중에 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 자동차와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 번 빠져들면 계속 기기를 바꾸며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첨병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있다. 일반 오디오와 비교할 수 없는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는 가격 못지않게 남다른 소리와 디자인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명품 하이엔드 오디오 신제품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덴마크의 대표적 오디오업체인 뱅앤올룹슨은 최근 창립 90주년 기념 제품 ‘베오랩90’을 선보였다. 소리를 내는 유니트 18개를 묶어서 하나의 스피커로 만든 이 제품은 높이 125㎝에 무게가 137㎏에 이르는 거구다.
이 제품의 특징은 지능형 스피커라는 점이다. ‘액티브 룸 컴펜세이션’ 기능을 설정하면 스피커가 스스로 공간의 크기, 가구 배치 등을 파악해 청취자가 듣기 좋은 최적의 소리를 조율해 준다.
지능형 제품답게 무척 비싸서 스피커 1조 가격이 무려 9,990만원이다. 튜 맨토니 뱅앤올룹슨 사장은 “10년전 베오랩50을 내놓았을 때에도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며 “가격으로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아야 다음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뱅앤올룹슨은 올해 초 자동차오디오 부분을 허먼인터내셔널에 2,000만달러를 받고 넘겼다.이 돈이 고스란히 연구개발비로 쓰였다.
뿐만 아니라 뱅앤올룹슨은 젊은 층을 겨냥한 헤드폰과 이어폰, 휴대용 스피커 등도 확대하고 있다. 맨토니 사장은 “한국의 압구정동 매장은 세계 700개 매장 가운데 3년 연속 세계 5위에 든다”며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3년 동안 이마트와 하이마트 같은 대중적인 매장 300곳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오디오 제조업체 골드문트도 650만원에 판매하는 스피커 ‘나노메티스 와이어리’를 출시했다. 골드문트는 애플의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가 애용한 6억5,000만원짜리 초고가 스피커 ‘아폴로그 애니버서리’로 유명한 업체다.
골드문트 스피커가 비싼 이유는 아직도 수작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제품 제작도 주문을 받은 뒤 시작한다. 제품이 완성되면 설치 전문 기술자들이 직접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설치를 해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골드문트가 이번에 내놓은 제품은 고음역과 중저음역대가 시간차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드는 ‘레오나드’ 기술을 탑재했다. 첨단 기술과 더불어 4평 규모의 거실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크기를 줄였다. 골드문트 제품을 수입하는 나상준 오디오갤러리 대표는 “골드문트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위”라며 “이번 제품은 조금 더 대중적 기반을 넓히기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드문트는 이번 제품을 통해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중화를 지향하고 있다. 나 대표는 “한번 체험해보면 소리에 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제품을 토대로 백화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뚫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오디오업체인 데이븐도 작은 무지향성 스피커 ‘모조’와 ‘튤립’을 선보였다. 두 제품 가격은 각각 260만원과 570만원이다. 오디오업계에서는 데이븐이 워낙 고가 스피커여서 1,000만원대 이하 제품을 내놓은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모조는 어느 공간에서 들어도 소리가 항상 일정하게 들리도록 제작됐다. 튤립은 제품 이름 처럼 튤립 꽃 모양을 형상화한 제품으로 실내 장식 효과도 발휘한다. 오디오 업계 관계자는 “크기는 작아도 가정에서 콘서트홀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오디오 명가 바워스&윌킨스(B&W)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800시리즈 다이아몬드’를 새로 선보였다. 총 7종이 나온 이 시리즈는 920만원부터 3,500만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음반 녹음을 위한 스튜디오 수준의 정교한 소리를 즐기려면 802 D3,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805 D3 등 다양하게 세분화됐다.
B&W는 특히 국내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브랜드다. 이 제품의 일부 모델도 벌써 국내 판매가 완료돼 구입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디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기기 보급으로 전통적인 고급 오디오 시장이 침체되면서 기존 제조사들이 조금 더 대중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그만큼 고급 오디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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